성수전략정비구역을 되살린다는 것은 사실상 35층 룰 폐지를 의미한다. 35층 층고제한은 아파트(주상복합 제외)를 짓는 경우 35층 미만으로 짓도록 하는 사항으로 서울시 최상위 법정계획인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서울플랜)'에 담긴 사항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만든 핵심 정책인데, 최고 50층의 스카이라인을 핵심으로 하는 성수전략정비구역 계획이 바로 직격탄을 맞았다.
2030 서울플랜은 올 하반기 '2040 서울플랜'으로 대체된다. 연말에 확정될 2040 플랜에서 35층 룰은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성수뿐만 아니라 주요 재건축 단지도 영향을 받는 내용이다. 최근 서울시가 가진 주민 간담회에서는 아파트 35층 층고제한 등 그간 서울시가 밝힌 도시계획을 변경해달라는 건의가 빗발치기도 했다.
2일 서울시는 8일부터 16일까지 '성수전략정비구역 공공기획(안) 시구 합동 주민설명회'를 열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박 전 시장 시절 사실상 멈춘 성수 개발 계획이 다시 기지개를 켜는 것이다. 당초 이곳은 10년 전 최대 50층까지 지을 수 있도록 지구단위계획 확정 고시가 났으나 박 전 시장의 35층 제한으로 인해 사업에 진도가 나가지 못했다.
지난해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성수전략정비구역 4개 지구 조합장과 만나 조합 측에 서울시 35층안을 받아들일 것을 요청했지만 조합 측에서는 원안인 50층안을 고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성동구는 50층안 정비계획이 현실성이 없다고 보고 부담률을 낮춰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는 가이드라인을 세웠다. 강변북로 지하화 계획은 4개 조합이 동시에 기반시설을 설치해야 하는데 현실성이 없고 우회도로 확보도 힘들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후 정비계획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이번 설명회는 10년 전 원안을 중심으로 주민들의 가부를 물을 예정인데, 주민들의 반응은 우호적이다. 성수전략정비구역3지구 관계자는 "랜드마크를 보고 유입된 30·40이 많은데 이들은 원안대로 가기를 희망한다"며 "공원을 넓게 해 서울 시민에게 제공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종 결과물은 시 도시계획위원회를 거쳐야 하지만 기존 원안대로 추진할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서울시는 속도감 있는 재개발 추진을 위해 기존에 조성한 35층 계획안도 제시할 예정이다.
서울시가 주민설명회를 여는 건 성수뿐만이 아니다. 이미 4월부터 두 달간 총 일곱 차례에 걸쳐 18개 단지와 1차 주민간담회를 마쳤다. 서울시에 따르면 재건축 구역 주요 건의사항에는 35층 층수제한 폐지가 있었다. 그 밖에 기반시설(도로 공원 등) 폐지 변경 △공공시설 부담률 완화 △소규모단지 공동개발 여부 주민 결정 △복합용지 비주거비율 완화 등이다. 각각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핵심 화두들이다. 가령 2016년 공개된 압구정 아파트지구 관리방안의 경우 압구정3특별계획구역에는 단지 정중앙에 보행통로를 놓는 내용이 담겼다. 취지 자체는 3구역 북측에 조성하는 랜드마크(역사문화공원)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것이지만 불특정한 사람이 통행하게 돼 소유주 반발이 컸다. 박합수 KB국민은행수석전문위원은 "사업 진행이 어려울 정도로 조합에 부담을 지우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공원 위치를 옮기는 방식으로도 해결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공공시설 부담률 완화는 여의도 아파트지구와 관련이 깊다. 10년 전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강 르네상스를 추진할 때 여의도를 일반상업지역으로 상향하는 대신 40% 상당의 공공기여를 요구했다가 주민 반발에 사업이 불발됐다. 당시 아파트 단지마다 상황이 다른데도 통합개발하도록 밀어붙여 현실성 없는 방안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 때문에 이번 조합 요구 사항에는 주민들이 직접 공동개발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복합용지 비주거비율 완화 역시 대규모 상업지역 지정이 예고된 여의도에 해당하는 사항이다. 용적률 상한이 80
0%로 높은 상업지역이더라도 전체 용적률의 20%는 근린생활시설 등 비주거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또 주거용으로는 전체 용적률에서 절반까지만 활용할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서울시가 전략용도 도입 또는 규제 완화를 활용해 주거용적률을 추가로 허용해야 한다.
[김태준 기자 / 이축복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