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매일경제와 인터뷰한 허상희 동부건설 대표(57·사진) 목소리에는 한진중공업 경영 정상화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지난해 초부터 조선업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분석한 허 대표의 집념이 그 자신감의 근원이다. 서울 테헤란로 코레이트타워 20층 그의 집무실에는 방위산업과 조선업 분석 자료가 켜켜이 쌓여 있었다.
동부건설이 한진중공업을 인수하겠다고 나섰을 때 조선업계와 인수·합병(M&A)업계에서는 불신의 눈길을 보냈던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허 대표는 "조선업을 모른다고 하지만 한진중공업이 인수·합병에 나선다고 하기 훨씬 전부터 우리는 조선업을 공부하기 시작했다"며 "수년간 방위산업 관련 자료와 1년 이상 조선업 업황을 분석했고, 한진중공업의 경쟁력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국제해사기구(IMO)의 온실가스 규제 강화 등 친환경 선박을 중심으로 한 조선업 패러다임 전환이 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IMO는 내년 1월부터 선박 연료 황 함유량을 기존 3.5%에서 0.5%로 강화하고, 유럽연합(EU)도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허 대표는 "이산화황 배출규제에 저유황 연료,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 기존 선박의 엔진 개조 등 기술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한진중공업이 가진 차별화된 기술력은 조선업 패러다임 전환과 딱 맞아떨어진다"고 평가했다. 항만에 접안하지 않고 해상에서 LNG를 충전해주는 LNG 벙커링선 건조 기술과 이산화황 배출을 줄이는 엔진 개조 기술은 허 대표가 꼽는 한진중공업의 핵심 기술이다.
방위 산업에서 선보인 독보적인 기술력도 동부건설이 한진중공업 인수를 택한 배경이다. 허 대표는 "시장 조사를 하다보니 발주청에서 국내 특수선 제작 조선사 중 한진중공업을 제일 선호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며 "상륙함과 수송함, 고속정 등에서 한진중공업은 독보적인 위치에 있고, 정부가 방위산업의 수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어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향후 부산 영도조선소의 용도 변경에 대해서는 근거 없는 낭설이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 22일 동부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되자 일각에서는 한진중공업이 보유한 영도조선소를 용도 변경한 뒤 개발 차익을 노리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허 대표는 "국가 중요 기간시설인 영도조선소를 사전에 개발 검토를 한다는 것 자체가 현실성이 없는 접근과 발상"이라며 "영도조선소를 유지하면서 중대형 선박의 건조 인프라스트럭처를 확장해 부산지역 경제 활성화와 대형화 추세의 신조선시장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허 대표는 한진중공업의 풍부한 인적자원이 경영 정상화의 불씨를 키워갈 것으로 내다봤다. 동부건설의 빠른 법정관리 졸업에 이어 최근 매출과 영업이익의 안정적인 성장세는 임직원들 간 내부 결속이 힘을 발휘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과정에서 허 대표가 이끄는 동부건설은 단 한 차례의 인력 구조조정도 단행하지 않았다. 허 대표는 "한진중공업이 부산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도 잘 알고 있고, 지역경제의 균형 발전과 성장을 위해 충분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 대표는 한진중공업 인수가 동부건설에도 기회가 될 것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