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안한 전세시장 ◆
여당이 공공임대주택에만 활용하던 표준임대료제도를 민간에까지 검토하는 이유는 이른바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이 도입되면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재산권이 제약당한 집주인과 주거 안정성을 지키려는 임차인 사이에 분쟁이 생기면 이를 조정할 근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법안 발의를 맡은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임대차 3법은 세입자를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어 추가적인 입법이 필요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표준임대료가 도입돼도 분쟁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표준임대료 적정성 여부를 놓고 다시 한 번 시비가 붙을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오히려 임대료를 지나치게 통제해 △임대주택 공급 감소 △임대주택 품질 저하 등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여당은 표준임대료를 산정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별로 '주택임대료산정위원회'(가칭)와 같은 기구를 두도록 하는 조항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임대차 시세를 정해서 공시하는 것은 적정성 시비가 붙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예를 들어 같은 아파트에서도 인테리어 공사가 돼 있는지, 어린이집과 가까운지, 버스 정류장과 거리는 얼마인지 등에 따라 시세가 큰 차이로 벌어지는데 표준임대료를 정하기 쉽겠냐는 얘기다. 당장 부동산 공시가격 근거가 되는 주택 매매 시세나 민간 분양가상한제 가격 책정 방법을 놓고 숱한 논란이 제기되는 점을 봐도 문제점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표준임대료는 전월세신고제를 통해 가격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돼야 시행할 수 있다"며 "여당 측 정책 추진 속도가 너무 과격해 시장에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임대차 3법에 표준임대료까지 도입된다면 가격 통제 부작용이 심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당장 이 제도를 도입했던 독일과 미국 뉴욕을 봐도 주택 공급 감소에 따른 후유증을 겪고 있다. 임대 수익이 낮다 보니 집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거의 없어졌고, 신규 주택 건설도 뚝 끊겼기 때문이다. 독일 베를린은 향후 38만가구 정도 신규 주택 공급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지만 실제 공급 물량은 연간 1만5000가구 수준에 머무르면서 매매·임대 모두 강한 상승 압력에 노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독일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화제가 된 베를린 '임대료 5년 동
또 집주인이 임대 수익이 떨어져 주택 유지비용과 인플레이션을 따라가지 못하게 되면 개·보수 의무 등을 소홀히 해 결국 슬럼화까지 가져올 수 있다.
[손동우 부동산 전문기자 / 최예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