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브리지·커튼월룩…특화설계가 `재건축 걸림돌`로

↑ 신반포15차(왼쪽)와 잠실 미성크로바 특화설계안 조감도. [사진 제공 = 대우·롯데건설]

고층 아파트를 연결하는 '스카이브리지', 건물 외벽을 빛나게 하는 '커튼월룩', 건물 외벽에 조명을 입힌 '미디어 파사드'….
아파트 고급화 바람을 타고 서울 재건축 단지들이 도입하려던 디자인 설계가 서울시 건축 심의에 걸려 줄줄이 무산되고 있다. 서울시가 특별건축구역 내 아파트는 공공의 이익을 고려한 디자인을 우선하기로 방침을 세워서다.
특별건축구역은 창의적인 디자인을 위해 건폐율, 동(棟) 간 거리, 건축물 높이 등 건축기준을 완화해주는 제도다. 서울 재건축 사업장 다수가 건폐율 완화 등을 위해 특별건축구역을 신청한 상태다. 그러나 서울시가 특별건축구역 아파트는 "주거환경에 불필요한 외부 치장 설계는 지양하고 도시 경관과 조화로운 디자인을 적용하라"는 방침을 전달해 차별화를 노리던 재건축 사업장들은 설계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1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잠실 미성크로바 조합은 이달 초 조합원들에게 '특별건축구역 지정을 전제로 한 설계변경안에 대한 안내문'을 보냈다. 롯데건설의 혁신안이 서울시 심의에서 반려된 후 조합이 서울시 요구를 반영해 다시 수립한 설계안을 설명했다.
당초 디자인은 국내 최대 290m 스카이브리지, 국내 최대 220m 미디어 파사드, 전면 커튼월룩 등이 포함돼 있다. 미래형 도시를 콘셉트로 하는 디자인을 내세웠으나 심의에서 반려됐다.
잠실 미성크로바 조합은 2017년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 사업 인허가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향후 특별건축구역 지정을 전제로 사업 승인을 받았다. 이에 서울시가 특별건축구역 취지에 맞는 디자인 설계를 적용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이에 조합은 스카이브리지·커튼월룩 등은 빠지고 도로변에 인접한 아파트 동의 높이를 최저 6층으로 낮추고, 임대 가구의 가구당 면적을 줄였다. 조합은 이런 변경 계획이 담긴 건축심의안을 지난달 제출해 서울시 건축위원회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특화설계가 빠진 이유는 서울시가 스카이브리지·커튼월룩처럼 주거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집값을 올리기 위한 디자인적 설계는 지양한다는 방침을 세워서다.
2018년 신반포15차 아파트도 건축위원회 심의에서 스카이브리지가 "도시경관상 위압감을 준다"며 지적받았다. 위원회는 "최상부 주민공용시설(스카이커뮤니티) 규모를 축소하거나 삭제하고, 105동과 106동 상부에 연결된 장식물은 제거하고, 커튼월룩 설치는 발코니 확장 시 소음 및 열 손실이 우려되니 면밀히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용산구 한남3구역,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등 총 19개 사업장이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고시돼 있다.
[이선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