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지난 16일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2주택자가 지는 부담이 3주택자보다 훨씬 더 늘어나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이번 대책의 집중 타깃인 고가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서울 송파구 일대 전경. [한주형 기자]
'12·16 부동산 종합대책' 이후 다주택자들의 비명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1주택자는 종합부동산세율을 0.1%포인트에서 최대 0.3%포인트 높이는 한편, 주택을 3채 이상 보유하고 있거나 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는 종부세율 증가폭을 더욱 키웠다. 3채 이상 소유한 '다주택자' 외에 서울과 수도권 등 조정지역에 주택을 2채 보유한 사람도 강화된 종부세의 타깃이 되면서 2주택자가 급증한 세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 집을 한 채만 가지고 있다가 고향 집을 상속받는다거나, 이사를 가기 위해 일시적 2주택이 됐다가 집을 팔 시간을 놓친 사람 등이 "3채 이상 다주택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종부세를 적용받으니 세금 부담을 감당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매일경제가 우병탁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세무팀장의 도움을 받아 종부세 개편에 따른 다주택자의 세 부담 변화를 가상으로 계산해 본 결과 2주택자의 종부세·보유세 상승률이 3주택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크로리버파크(112㎡)·잠실주공(82㎡) 2채를 가진 사람과 아크로리버파크·잠실주공·은마아파트(84㎡)까지 총 3채를 가진 사람의 종부세와 보유세를 비교해보면, 두 채의 경우 올해는 종부세 2986만원을 냈지만 2020년에는 107%가량 올라 6186만원을 내야 한다. 보유세도 올해 4864만원에서 86% 올라 9087만원을 내야 한다. 반면 3채를 가진 경우 종부세는 77% 상승해 7066만원, 보유세 9956만원(62% 상승)을 부담해야 한다. 3채 소유한 사람은 2채 소유한 사람보다 은마아파트를 한 채 더 가졌지만 종부세 상승률은 77%에 그쳤다. 두 경우 모두 종부세 증가액은 3000만원가량이지만, 상대적으로 2채 가진 경우 상승률이 107%여서 부담이 더 증가한 셈이다.
아크로리버파크(84㎡)·은마(84㎡)를 가진 사람과 3채 소유자를 비교해봐도 2채의 경우가 더 큰 상승폭을 보였다. 아크로리버파크와 은마아파트를 가진 사람은 올해에는 종부세 1918만원을 냈지만 내년에는 4141만원을 내야 한다. 종부세만 115% 상승했고, 보유세는 3213만원에서 6154만원으로 91% 가까이 올라갔다. 가상 계산은 세 아파트의 2020년 공시가격은 집값 상승을 감안해 전년 공시가 대비 30% 상승한 것으로 가정했다. 우 팀장은 "증가 금액 자체를 놓고 보면 당연히 3채 소유자가 더 크지만, 증가율만 보면 2채가 더 높다. 2채 소유자들의 심리적 부담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위 사례에서 2채와 3채의 경우 모두 과세표준 네 번째 구간(50억원 이하·2.00% 세율)에 적용된다. 우 팀장은 "결국 세금의 차이는 이 네 번째 구간에 얼마나 많은 금액이 포함되느냐인데, 서울 아파트 2채도 3채 소유자와 같이 네 번째 구간에 포함돼 2.00% 세율을 적용받는 금액이 늘었기 때문에 세금 부담이 커졌다"고 했다. 이어 우 팀장은 "200㎖ 컵에 20㎖가 추가된 것과 500㎖ 컵에 40㎖가 추가된 경우 40㎖가 더 용량은 많지만 파장이나 영향력은 20㎖가 200㎖에 추가된 경우가 더 크게 느껴지지 않겠냐"면서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강화된 종부세에 2주택자들의 심리적 부담이 클 것"이라고 했다.
1주택자의 세 부담도 만만치 않다. 정부는 내년에는 9억~15억원의 공시가 현실화율을 70%, 15억~30억원에는 75%, 30억원 이상에는 80% 적용하기로 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9억원 초과 아파트는 서울 전체 아파트의 36%에 달한다. 15억원 초과 아파트도 15.7%나 있다. 서울 아파트 10개 중 3개는 공시가 현실화율 70%를 적용받고, 전체의 15%가량은 공시가 현실화율 75~80%를 적용받는다는 얘기다.
과세 기준이 되는 공시가도 오르고 종부세 세율도 상향돼 1주택자의 부담도 커진다. 광장극동2차(84㎡)는 올해 공시가가 5억9700만원이었지만, 내년 공시가 현실화율 70%를 적용받아 9억1000만원으로
상승한다. 이에 따라 올해는 종부세 대상이 아니었지만 내년에는 종부세 13만원을 비롯해 보유세 185만원을 내야 한다. 단 정부는 내년도 공시가격은 지나친 급등이 없도록 각 금액대별로 전년 현실화율 대비 일정 부분 이상 상승하지 못하도록 상한을 두기로 해 실질적으로는 일괄적으로 모든 아파트가 70~80% 현실화율을 적용받지는 않는다.
[이선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