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지난해 부활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사실상 허수아비 신세로 전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재건축할 때 일반분양을 통해 조합원에게 돌아가는 초과이익의 최대 50%를 환수해 공공 목적으로 활용하겠다는 환수제가 제대로 작동하지도 못 하고 '용두사미'가 될 것이란 얘기다.
초과이익환수제를 무력화시킬 민간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도 주요 타깃이 된 강남권 기준 59㎡(25평) 아파트 분양가격은 여전히 10억원(9억원 이상 대출 불가능) 수준이어서 서민층 청년·신혼부부는 접근도 힘든 상황이다. 초고소득자가 아니면 대부분 부모에게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소위 '금수저'용 로또만 만들어줄 수 있어 정책 기대효과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전망이 팽배하다.
21일 정비업계 전문가들 의견을 종합해본 결과 민간 상한제 시행으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금액은 당초 계획보다 절반 이하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분양이익 자체를 낮추려는 상한제와 분양이익에 비례해 초과이익을 가져가는 환수제) 두 가지 제도가 병존하는 게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연구위원은 "예를 들어 재건축 초과이익이 1인당 4억원이라면 환수금이 2억원인데, 상한제로 초과이익이 2억원으로 줄어들면 환수금은 1억원 이하로 내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한제 도입으로 환수제가 사실상 무력화된다는 지적에 정부도 일부 동의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담당자는 "상한제 시행으로 조합의 일반분양 수입이 줄면 초과이익환수금액도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현재 분양가격이 평당 6000만~7000만원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시장을 그냥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환수제 부활을 유예하자는 야당 요구를 무시하고 지난해부터 환수제를 시행한 것은 정부와 여당이었다. 그래 놓고 불과 2년도 채 안 돼 상호모순적인 민간 상한제를 전격 도입해 스스로 정책 혼란을 초래하고 기존 제도를 무력화하는 것은 행정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격이라고 평가받는다.
상한제를 실시하면서 청약 당첨자들의 이익을 환수하지 않을 경우 로또 분양을 노리고 청약 광풍이 불어 부동산 시장이 과열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