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가치투자펀드인 머스트자산운용은 장내 매수를 통해 태영건설의 지분율을 기존 12.12%에서 15.22%로 늘리면서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가'로 변경 공시했다. 지분 27.1%를 보유한 윤석민 태영건설 회장과의 지분 격차는 약 12%포인트에 불과하다.
머스트자산운용은 공시를 통해 "현재 9703억원인 태영건설의 시가총액은 저평가 상태라고 판단한다"며 "태영건설의 내재가치는 현재 시가총액을 훨씬 상회한다"고 지적했다.
머스트자산운용은 태영건설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지주회사 전환, 자회사 계열분리 등을 언급했다. 방송콘텐츠 제작업체 SBS미디어홀딩스와 국내 최대 수처리업체 티에스케이코퍼레이션 등을 지배하는 태영건설의 인적분할 등을 제안한 것이다. 2015년 삼성물산을 공격했던 미국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소송 대리인이었던 법무법인 넥서스도 머스트자산운용과 손을 잡았다. 태영건설과 머스트자산운용의 한판 대결이 장기화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태영건설 측은 "그간 경영 참여나 간섭 의도 없이 지분을 늘려왔는데 갑자기 입장이 바뀌어서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서울대 건축과 출신인 김두용 머스트자산운용 대표의 타깃은 태영건설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최근 실적과 보유 현금에 비해 배당에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는 한신공영과 계룡건설 등 중견 건설사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실제 머스트자산운용은 계룡건설 지분을 15% 이상, 한신공영 지분을 6%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한 상태다.
한 애널리스트는 "그간 주택경기 활황과 꾸준한 재무구조 개선 작업으로 중견 건설사들도 우량 자산과 넉넉한 현금을 보유한 업체들이 많아졌는데 배당에 있어서는 증시 평균의 3분의 1 수준이라 행동주의펀드의 직접 타깃이 되고 있다"며 "향후 건설업계에서의 지배구조 개선과 배당 확대에 대한 요구는 점점 더 거세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동주의펀드의 사정권 안에는 대형 건설사들도 포함된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올해 3월 열린 대림산업 정기 주주총회에서 배당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안건 자체를 부결시킬 정도의 지분은 아니었지만 일정 부분 이상 지분율을 유지하면서 고배당
건설사들은 진퇴양난이다. 그간 건설사들의 주택 실적이 양호했지만 정부 규제로 미래가 어두운 상황에서 펀드들의 강력한 요구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배당을 대폭 늘리라는 것은 건설사 생존을 위협하는 무리한 요구"라고 주장했다.
[전범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