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국토교통부 담당 공무원과 부동산 전문가들이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 모여 `3기 신도시의 발전 방안`에 대해 치열하게 토론을 벌였다. 앞줄 오른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기호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명예교수,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백원국 국토부 공공주택본부장. [한주형 기자] |
2시간이 넘도록 진행된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3기 신도시의 발전 방안'에 대해 치열하게 의견을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3기 신도시 건설이 시작됐다. 물량과 입지에 대해 평가하자면.
▷김기호 교수=30만가구는 상당한 물량이다. 입지로 볼 때 서울을 중심으로 동쪽도 있고 서쪽도 있고 남쪽도 있어서 균형을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심교언 교수=선정된 택지에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를 타면 15~20분 정도에 강남과 도심권에 들어가기 때문에 효과가 있을 것 같다.
▷김덕례 위원=지금까지 연평균 입주 물량을 장기적으로 따져보면 서울 4만8000가구, 경기도 9만가구, 인천 1만6000가구다. 즉 30만가구는 수도권에 공급된 '2년치 물량'이기 때문에 적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지금까지 발표 물량을 지역별로 나누면 서울 2만8000가구, 경기도 13만6000가구, 인천 2만4800가구다. 가장 공급이 필요한 서울 시내 물량이 적은 점은 정부가 신경을 더 써야 한다. 최종적으론 그린벨트 해제도 검토해야 한다.
―기존 1·2기 신도시와 차이는 무엇인지.
▷백원국 국장=교통 부문을 많이 생각했다. 관련 전문가와 많이 상의했고 대안 중에 실현 가능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또 1·2기 신도시가 '베드타운'으로 전락했다는 지적 때문에 자족 기능 강화에 신경을 많이 썼다.
▷김 교수=1기 신도시는 '빈 땅'에 건설했기 때문에 도시계획적으로 '자유'가 많았다. 2기 신도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3기 신도시는 기존 시가지 옆에 건설되기 때문에 도시계획 방향이 완전히 달라야 한다. 기존 시가지, 구축된 인프라스트럭처와 신도시를 '어떤 관계'로 꾸려갈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다.
―발표 지역에 대한 철통 보안을 지키기 쉽지 않았을 텐데.
▷백 국장=제일 가슴 졸였던 부분이다. 보안이 지켜지지 않으면 계획 자체가 일그러지기 때문이었다. 서류 생산을 최소화하고, 보안 규정을 어길 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문자메시지를 매일 날렸다. 일부 언론에서 (광명 등) 유력 후보로 거론된 지역을 일부러 뺀 거 아니냐고 하는데 처음부터 검토하지 않았다.
―주택 가격이 하락 전환하는 조짐이다. 경제 상황도 좋지 않다. 대규모 신도시 조성이 꼭 필요한가.
▷김 교수=주택 문제에서 취약계층에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정부의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주택 건설이 '언제까지 몇만 가구 공급'이라는 숫자 채우기식 목표에 매몰되면 안 된다. 주택시장 동향과 경제 상황 등을 면밀히 따져가며 조절하는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
▷김 위원=신도시에 대한 개념 정립을 새롭게 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1기 신도시가 30년 전에 공급됐는데 우리에게 '신도시'는 당시 개념에 멈춰 있다.
―3기 신도시 성공의 첫째 열쇠로 교통망 구축을 든다. 정부 계획대로 빨리 될지 관건인데.
▷백 국장=3기 신도시의 광역교통부담금을 2배 늘리고, 교통 개선 대책도 지구계획 수립 단계가 아니라 지구 제안 단계부터 만들 계획이다. 시기적으로 2년 당기고, 돈도 더 많이 투입하겠다는 뜻이다.
▷김 위원=광역교통부담금을 2배 늘리는 것은 주민 반발이 있을 수 있다. 국가 재정 투입을 강화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이번 신도시를 '베드타운'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기업 유치 등 자족성 강화가 필요하다. 이에 대한 방안은.
▷심 교수=토지 공급 규칙이든, 기업 유치 과정이든 기준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판교신도시도 처음에 기업을 유치할 때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손학규 당시 경기도지사가 토지 공급 규칙을 '유연하게' 해석해 싼값에 토지를 공급하고 규제를 풀어주면서 기업이 몰려들었다.
▷김 교수=2기 신도시 중에 판교가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자족 기능이 있었기 때문이지만 따져보면 '경부축'이라는 중요한 발전축의 한 구성 요소였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가 가장 걱정하는 남양주 등엔 개발축이 존재하지 않는다. 크게 서울 동북권부터 구리·남양주로 이어지는 축을 개발할 수 있는 아이템을 고려해야 한다.
▷백 국장=제도 개선이 필요하면 적극 검토하겠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도 일어날 것이고, 정보기술(IT)이 발전하는 등 경제 상황이 많이 바뀔 것으로 생각한다. 신도시에 자족 기능을 강화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추진하겠다.
―일부 지역에선 주민 반발이 심하다. 무리 없이 진행하기 위한 앞으로 과제는.
▷심 교수=지자체와의 협의체를 꼭 만들어야 한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주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아마 협의체가 구성돼도 처음에는 싸움만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다가 서로 이해하고 타협점을 찾는다.
―토지 보상금이 풀리면 유동성에 땅값·집값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 대책은.
▷김 위원=집값을 자극할 위험이 전혀 없다고 얘기하긴 어렵다. 그래서 정부가 대토 보상 활성화 등을 추진 중인데 과거에도 썼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한 방법이다. 실효성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백 국장=현금 대신 땅으로 보상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고려 중이다. 대토 보상에 따른 불확실성을 해소하면 실효성을 어느 정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토 리츠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대토 활성화 방안은 연구를 진행 중인데 올해 상반기 안에 공개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3기 신도시가 성공하기 위한 조언을 한 가지만 한다면.
▷심 교수=시류에 휘둘리지 말고, 정치에 휘둘리지 말았으면 좋겠다. 원칙을 세우면 국토부가 중심이 돼서 뚝심 있게 밀고 가야 한다.
▷김 위원=3기 신도시는 정부가 주도하되 지자체·시민에게 의견을 많이 들었으면 좋겠다. 둘째로 지역 특화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민간 영역을 끌어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신도시 공급 대
▷김 교수=다양한 계층의 공론화 과정이 많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3기 신도시를 만들면서 정부의 '도시관'과 '주택관'을 정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도시에서 어떤 형태로 사람이 사는 것이 좋다'는 식의 관점 말이다.
[정리 =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