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매일경제신문이 국토교통부와 신안산역 사업자 측에서 입수한 신안산선 정차역 설계안에 따르면 내년에 착공할 예정인 신안산선 복선전철 구간 15개 역 중 광명역을 제외한 14개 정차역이 모두 지상역사로 설계되고 있다.
신안산선은 서울 도심과 안산 등 수도권 서남부 지역 광역 교통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총 43.6㎞ 구간에 건설되는 고속전철이다. 통상 지하철역 개념은 보도에서 지하철 역사로 계단 또는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내려간 뒤 개표구를 지나 2~3개 층을 더 이동해 승강장에서 열차를 타는 것이었다. 지상에 역사가 있는 것은 철로가 지상을 지나는 경우가 아니면 없었다. 신안산선은 지하로 열차가 지나면서 지상에 역사를 만드는 최초 사례인 셈이다.
기존에는 기껏 해야 지하 30~40m 안팎 지하층에서 지하철이 다녔지만 신안산선은 깊이가 기존 지하철 2배 수준인 60~70m까지 내려가는 '대심도' 열차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파트로 치면 25층 이상이어서 기존 에스컬레이터나 계단으로는 이동 자체가 어렵다"며 "고속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1층에서 지하 플랫폼으로 바로 이동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도로 양방향에 역사를 만들고 역사별로 고속 엘리베이터(24인승) 평균 8~14대를 이용해 승강장으로 바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1층 건물에 들어서 실제 승강장까지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분30초 정도로 설계된다. 1층 역사로 짓다 보니 기존 지하철역에 따라붙는 '보도상 지하 출입구' '에스컬레이터' '환풍구' 등 3대 설비가 없다. 지하철 입구로 폭우·장마 때 물이 흘러들어가 넘치는 우려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하철 입구에서 승차 때까지 최소 5~10분 걸리던 시간이 '확' 줄어들면서 지하 공간 내 미세먼지 흡입 우려도 감소할 전망이다.
지하철 공사 때마다 굴착·개착 공사로 도로를 막고 우회시키면서 발생하던 지상 교통체증도 사라진다. 신안산선 건설 사업단 측은 "역사 건물터를 지상층을 짓기 전 모든 장비·자재 운송 통로로 활용하기 때문에 도로공사가 없다"고 전했다.
지하철 지상역사는 홍콩, 미국 워싱턴DC·시애틀, 스페인 바르셀로나·빌바오 등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지하철역 주변에서 인도가 좁아지는 통행 불편이 줄고 환풍구 등 지상 설비가 없어지면서 추락사고 위험 감소, 도심 미관 개선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를 GTX에도 적용할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GTX역은 공간이 넓은 도심 외곽에 주로 지어 에스컬레이터도 일부 들어서지만 80% 승객은 신안산선처럼 수직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시곤 서울과학기술대 철도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존 철도 노선의 간섭을 피하고 직선 철로로 빠르게 서울까지 도달하려면 최소 지하 50m 이하 깊이의 '대심도' 철로 외엔 방법이 없다"며 "대심도 철로 건설에 따라 역사도 효율성이 높은 방식으로 변해 가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심도 방식의 고속전철은 직선으로 곧게 펴서 건설하고, 암반이 튼튼한 지하 70~80m에 철로를 건설해 기초공사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반면 출퇴근 시간대 엘리베이터 탑승 정체 현상과
[이지용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