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집값을 잡겠다며 민감한 규제를 쏟아냈지만 실제 잦은 규제로 불확실성이 커진 분양시장에서 줄줄이 분양이 연기되며 실제 공급은 쪼그라든 셈이다. 29일 부동산 리서치기관 리얼투데이와 국토교통부 통계자료 분석 결과 당초 올해 분양계획이 잡혀 있던 물량 상당수가 내년 이후로 밀린 것으로 조사됐다.
리얼투데이가 올해 초 실시한 2018년 연간 분양계획에 따르면 1~10월 전국에서 총 37만8808가구, 연간으론 42만3726가구가 분양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실제 분양된 물량을 살펴보면 1~10월 기준 25만1258가구가 분양됐고 11~12월 예상 분양물량을 합쳐도 35만가구에 미치지 못했다. 실제 분양이 이뤄진 1~10월 기준으로 하면 총 12만가구 이상이 감소했다.
특히 서울시 분양은 감소폭이 컸다. 올 초 서울시 아파트 1~10월 분양 예상 가구는 4만7499가구였지만 이날 기준 실제 기분양 가구는 1만9950가구에 불과했다. 2만7000여 가구가 감소해 60%가량 줄어들었다.
청량리 롯데캐슬 스카이L65 등 올해 분양을 목표로 하고 있는 1만7000여 가구가 대기하고 있지만 정부가 분양을 늦추게 하고 관망세가 늘고 있는 시장 상황상 상당한 물량이 올해를 넘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통상 분양 물량은 건설사와 조합 간 갈등, 적정 분양가 조율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연기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각종 부동산 규제가 쉬지 않고 쏟아지면서 시장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게다가 재건축·재개발의 중요 절차 중 하나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한 압박으로 재건축업계에선 속도전보다 눈치작전이 길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정부의 잦은 부동산 규제로 분양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데다 강력한 규제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현재 11~12월에 예정된 물량 대부분도 내년으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올해는 어느 때보다 예상치 대비 저조한 분양 결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처럼 분양 냉각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택지 및 신도시 개발을 통해 공급을 늘리겠다고 밝힌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서울에서 예정된 공급물량만 제대로 분양했어도 현재와 같은 공급 측면의 불확실성 요소는 어느 정도 제거될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분양 연기가 일어났던 시점이 대부분 정부의 부동산 대책 직후라는 점이 우연이 아니란 분석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은 빈번한 부동산 변수로 인해 분양 연기가 늘어났다는 분석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국토부 자료를 분석한 직방 조사에 의하면 올해 분양 실적이 예정 물량의 80% 미만인 달은 4월(78.2%), 5월(70.2%), 9월(79.2%)이었다.
규제지역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적용된 4월 이후 분양실적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또 4~5월 정부의 '무등록 분양대행업체의 분양대행 업무 금지'에 따라 예정 물량이 상당수 연기됐고 7월 보유세 개편안으로 분양 불확실성이 증가하며 또다시 분양이 순연됐다. 9·13 부동산대책으로 시장 위축 분위기가 확산되며 관망세가 장기화되고 있다.
실제 9·13 대책 후속 대책으로 추첨제 무주택자 우선공급 등 청약 보완책이 나왔고 직후 HUG는 올 하반기 분양 예정이던 경기 하남 위례신도시, 성남 대장지구와 과천 내 건설사들에 분양보증 연기를 통보했다. 특히 서울은 예정 물량 대비 분양 실적이 42%로 올해 1만가구 이상 분양 지역 중 두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분양 실적이 저조한 곳들은 주로 HUG가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한 지역으로 조합과 HUG의 분양가 협의가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결국 정부 규제가 분양 발목을 잡은 만큼 공급량 확대를 위해 청약시장에서는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추동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