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어붙은 가을 분양시장 ◆
↑ 1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한 견본주택 입구. 정부가 청약제도 개선 이후로 북위례 신도시 분양 일정을 돌연 연기시키면서 견본주택 개관일정 역시 불투명해졌다. [한주형 기자] |
10월 분양을 계획했다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분양 연기를 통보받아 분양이 밀린 한 분양 관계자는 한숨을 쉬었다. 중대형 물량 추첨 비중과 공공택지 전매제한 기간 변경을 골자로 한 주택공급 규칙 변경 이후에 분양을 하라는 정부 방침에 분양이 밀린 것이다. 3년 만에 재개되는 '준강남' 위례신도시 분양이 가장 먼저 타깃이 됐고, 판교 대장지구 일정도 조정됐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최근 급등한 시세를 분양가에 반영해 돈을 벌고 싶은 조합과 어떻게든 가격을 낮추려는 HUG 간 줄다리기다. 이 때문에 강남 재건축·강북 재개발 등 사업장도 대다수가 HUG와 분양가 협의를 쉽사리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전반적인 규제 강화 분위기에 분양 진행을 부담스러워하는 곳도 꽤 있다. 전체적 분양시장이 정부와 HUG의 눈치를 보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 상반기 분양을 예정했다가 아직도 분양을 하지 못한 사업장 중 굵직한 것만 꼽아 봐도 꽤 된다. 강남권에서만 삼성동 상아아파트 재건축, 서초 삼호가든3차 재건축 '디에이치 반포' 등이 대표적이다. 경기도에서는 과천 지식정보타운이 있다. 올 상반기 분양이 목표였던 이곳의 일부 블록(단지)은 11~12월로 일정을 예고했으나 이후 감감무소식이다. 연내 분양은 어려울 것으로 보는 의견이 우세하다. 과천 지식정보타운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과천 내 대규모 단지 공급으로 '화제의 분양'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곳이다.
정부의 공급 규칙이 달라진다고 해도 서울과 경기 핵심지 분양은 워낙 잘돼 소위 '완판'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일정이 갑작스럽게 조정되는 것은 별개 문제다.
일단 기존 채용 인력들이 붕 뜨는 문제가 가장 크다. 북위례나 판교 대장지구 분양과 같은 대규모 사업장의 일정은 견본주택 개관을 불과 2~3주 남기고 정부 방침에 따라 조정됐다. 이렇게 되면 건설사는 건설사대로 견본주택 제작·임대료 등에 추가 비용이 생기지만, 문제는 사업장당 대행사나 서비스 인력 등 최소 100명 이상의 인력이 일정이 잡혔던 일거리를 맡지 못하고 임금을 받아갈 수 없게 된다. 당초 10~11월 분양이 예정됐던 사업장은 서울만 해도 10개가 훌쩍 넘는다. 단순 산술계산으로 최소한 잡아도 1000여 명이 두 달 넘게 일할 곳이 없다. 밑바닥 경기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당장 분양 과정에서 임시직 채용 불발도 있지만 공사 지연으로 인한 건설업 취업자 수 감소·지연도 장기적으로는 문제다.
많은 사업장을 동시에 오픈하기 어려운 한계 때문에 이후 분양 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건설사가 분양을 하려면 일정 규모 이상의 견본주택이라는 공간은 물론 인원 배정이 필요하다. 결국 앞선 분양이 밀리면 뒤 분양도 도미노처럼 자연스럽게 밀리는 구조인 이유다. 분양 비수기인 연말·연초는 입주 시기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조합이나 건설사 모두 기피하는 경향이 강하다. 결국 올해 10~11월 분양 공백은 두 달에서 끝나지 않고 1년 이상, 일반분양 기준 수천 가구, 전체 가구 수 기준 수만 가구의 공급 지연을 낳을 수 있다. 착공과 공사 일정도 순연된다. 이는 오히려 정부의 목표인 '집값 안정화'와 배치되는 대목이다.
정부도 공급이 집값을 잡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알고 있다. 신혼부부들을 위한 신혼희망타운과 택지개발지구, 그린벨트 해제, 3기 신도시 등을 내놓은 것이 이를 방증한다. 문제는 이 같은 정부의 '공급대책'이 실제 시장에서 효과를 보기 위해선 시간이 꽤 걸린다는 점이다. 신혼희망타운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려면 2020년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분양경기 침체는 일찌감치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매월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분양 여건을 조사해 분양경기실사지수(HSSI)를 내놓는데, 10월 전망치는 가을 분양 성수기를 무색하게 하는 65.4가 나왔다. HSSI는 0~200까지의 수치로 나타내
[박인혜 기자 / 손동우 기자 / 추동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