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업 29년만에 건설 톱3로…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인터뷰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57·사진)은 1일 매일경제와 단독 인터뷰에서 대우건설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며 이같이 말했다. KDB산업은행은 지난달 31일 호반건설을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산업은행 발표 다음날인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호반건설 본사 출근길에서 기자와 만난 김 회장은 "인수 작업이 끝난 것은 아니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대우건설은 아직 저평가돼 있다"며 인수 후 사업 확장 가능성에 기대감을 내비쳤다. 산업은행과 호반건설은 2월에 양해각서(MOU) 체결과 실사를 거쳐 여름께 매각 과정을 마무리한다.
김 회장은 인수 확정 후 대우건설 경영에 대해 "독립 경영을 하겠다"고 밝혔다. 대우건설의 기존 경영 방향을 최대한 존중하고 지원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김 회장은 특히 주택 사업 부문과 관련해 "대우건설의 주택 브랜드 '푸르지오'와 '써밋'을 우리의 '호반베르디움'과 합치거나 없애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독립 경영은 평소 김 회장의 경영철학이다. 김 회장은 올해 신년 전략회의에서 "모든 계열사가 각각의 경쟁력을 갖는 '책임경영 체제'로 지속성장 기반 마련에 만전을 기하자"고 말한 바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전면에 나서 대우건설을 직접 챙길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이날 대우건설과 호반건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뒤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인수한 기업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새로운 '호반 가족'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김 회장은 "울트라건설도 인수 후 적극적인 지원으로 매출 6000억원에 가까운 회사로 회생시켰다"고 설명했다. 호반건설은 2016년 매출 1000억원대 울트라건설을 인수했다. 호반건설산업으로 편입된 후 울트라건설은 과거 토목 전문 건설사에서 주택사업 시행·시공사로 재탄생했다.
1961년 전라남도 보성군에서 태어난 김 회장은 건설업계의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를 6년 만에 졸업하고 조선대 건축공학과에 진학했다. 이후 중소 건설사에 취직했지만,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다. 28세의 나이였다.
김 회장은 아파트 공급 성공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부터 성장가도를 달려왔다. 그의 비결은 남들보다 한 발짝 더 앞서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과 '승부사 기질'이었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광주시 삼각동 채소밭에 첫 아파트를 지으며 건설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특히 금융위기 등으로 어려워졌을 때 다른 건설사들은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알짜 용지를 대거 내다팔았지만, 김 회장은 반대로 그 땅을 저렴한 가격에 꾸준히 매입했다. 호황기를 내다볼 수 있는 능력과 과감한 베팅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대우건설 인수도 미래 시장 환경 변화에 대비한 김 회장의 승부수다. 김 회장은 이날 대우건설 인수에 참여한 이유를 묻자 "호반건설은 아파트 공급 위주로 사업을 하고 있지만 국내시장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국외 사업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춘 대우건설 인수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회사 구성원에 대한 애정 또한 남다르다. 그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 한파로 건설업체들이 대대적인 인원 감축과 급여 삭감에 나섰을 때 단 한 명의 직원도 내보내지 않았다. 김 회장은 이처럼 조직원들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인수 이후 대우건설의 기존 체제를 최대한 존중한 동
29년 전 직원 5명으로 회사를 창업한 김 회장은 대우건설 인수를 마무리하면 재계 순위 20위권에 드는 대기업 오너로 거듭날 예정이다. 자산 총액 기준 재계 서열 47위인 호반건설(7조원)은 대우건설(29위·10조7000억원) 인수 시 재계 19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