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재건축 시공사 선정 총회를 앞둔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모습. |
강남의 한강변 알짜 아파트 재건축이라고는 하지만 평범한 직장인 연봉을 웃도는 금액이 시공사 선정 조건으로 오가는 것은 해외 플랜트에 비견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라는 점 때문이다. 우선 공사비만 2조5000억~2조6000억원으로 거론된다. 지난해 전국 정비사업장 공사 수주비 기준 2위를 차지했던 GS건설의 1년치 실적(2조3973억원)을 넘는 수준이다. 사업비(1조7000억~1조9000억원), 이주비(3조8000억원), 중도금 대출(3조2000억원), 그에 따른 이자 비용까지 더하면 10조원에 육박한다.
이 단지는 조합과 시공사가 사업에 공동 참여하는 공동사업시행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건설사 재무 상태와 현금 확보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 앞으로 조합 청산까지 최소 7~8년이 걸리는 만큼 조달 금리 수준에 따라 시공비는 물론 사업비와 이자까지 천문학적인 금액 격차가 벌어진다. 게다가 최근 정부의 분양가상한제(원가 공개) 압력 등 가격 규제에 후분양제를 수용할 가능성까지 감안해야 한다. 후분양제를 채택하면 건설사가 계약금 10%만 가지고 시공 60% 수준까지 버틸 수 있는 현금 동원력이 핵심 경쟁력이다.
현대건설이 8·2 부동산 대책 이후 대출 한도가 줄어든 이곳 조합원들에게 이주비 5억원을 무이자로 빌려주기로 하면서 대출이 필요 없는 조합원에게는 그 이자 비용에 해당하는 현금 7000만원을 지원하겠다며 통 크게 '베팅'해 조합원들을 설레게 했다. 이는 탄탄한 재무구조에서 비롯된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현대건설은 수년간 안정적인 이익과 현금흐름으로 신용위험이 낮은 대형 건설사로 손꼽힌다.
실제 올해 반기보고서상 대형 건설사 부채비율은 현대산업개발(116.9%)이 가장 낮고 현대건설(130.5%), 대림산업(145.1%), 포스코건설(166.6%), GS건설(299.8%), 대우건설(318.1%) 순으로 높아진다. 반면 기업의 현금 동원력을 뜻하는 유동비율은 현대건설(173.8%)이 가장 높고, 현대산업개발(151.2%), 대림산업(135.1%), 포스코건설(115.3%), GS건설(115.2%), 대우건설(101.9%) 순이었다.
신용등급 수준에 따라 시공사의 조달 금리 격차는 커질 수 있다. 3년 민평금리(채권평가사 평균금리)만 봐도 AA-등급은 2.8%대지만, A-등급은 5.7%로 2배에 달한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신용등급이 더 낮은 GS건설은 일찌감치 국민은행과 8조7000억원 규모 금융약정을 체결하고 반포주공1단지 수주전에 임했다. 현대건설 측은 "사업비용을 단순 조달하는 게 아니라 금융회사 간 입찰을 통해 최적의 낮은 금리를 확보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특히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직된 금융시장에서 금리가 급변동할 가능성을 감안하면 현대건설이 리스크에 덜 노출되는 셈이다.
한편으로는 자금 조달 우위가 확실하더라도 사업성이 뛰어나 조달 금리에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담당 애널리스트는 "미분양 우려가 적은 알짜 사업지라면 건설사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일으키고 조합과 공동 시행할 때 재무 리스크가 덜한 편"이라고 밝혔다. 실제 삼성물산의 서초우성1차와 GS건설의 서초무지개 이주비 대출 금리는 각각 3.78%, 3.54%로 결정됐다. 단순 시공이긴 하지만 사업성이 좋다면 시공사 신용등급은 큰 변수가 아닐 수도 있다. 물론 신용등급이 높은 삼성물산의 경우 서초우성1차 자산담보부증권(ABS) 발행
반포주공1단지는 연말까지 관리처분인가를 받아야만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있다. 속도를 낼수록 이자 비용을 아껴 재건축 조합에도 이득이 된다. 반포1단지는 2019년 착공해 지하 4층~지상 최고 35층, 총 5388가구로 2021년 준공할 예정이다.
[이한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