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매일경제가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국토부 '분양권 양도·알선, 불법 전매 시도별 고발 조치 현황(2012년 1월~2017년 6월)'에 따르면 세종시에서는 2013년 한 차례 고발 조치 이후 4년 넘게 추가 사례가 나오지 않고 있다. 같은 기간 국토부는 경기도 46건, 서울 25건, 부산과 인천에서 각각 10건의 조치를 취했다. 특히 아파트 투기와는 거리가 먼 강원(3건) 충북(3건) 전북(3건) 경남(2건)도 세종시보다 고발 조치가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부동산 시장이 과열될수록 불법행위 가능성도 높아지게 된다. 이를 감안하면 세종시는 경기도나 서울 못지않은 조치율을 기록해야 정상이라는 것이 부동산업계의 반응이다. 세종시는 지난 수년간 '미분양 제로' 기록을 이어갔을 정도로 청약 열기가 뜨거웠던 지역이다. 분양 후 수억 원대의 웃돈(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로 2012년 7억6000만원에 분양한 세종 도담동 한림풀에버 아파트(전용 148㎡, 27층)는 올해 12억원에 거래됐다. 4년6개월 사이 4억원 넘게 가격이 치솟았다. 한국감정원 월간주택동향에 따르면 세종시 아파트값은 8·2 부동산 대책이 나온 8월에도 상승률이 0.54%로 서울(0.45%)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검찰 등 수사기관 조사에서는 이미 고위공무원 등 수많은 공직자가 분양권 불법거래로 검거된 바 있다. 지난해 10월 대전지방검찰청은 세종시 아파트 분양권 불법전매 등 부동산투기 사범에 대해 집중 수사해 모두 210명을 입건했다. 이 중 '공무원 아파트 특별분양권'을 전매제한 기간 내에 팔아 이득을 챙긴 사람만 40명에 달했다.
국토부는 저조한 단속·조치 실적에 대해 "단속공무원의 수사권 부재로 위법 적발에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김현아 의원은 "수사권 부여는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고 권한 남용의 여지도 있다"며 "분양권 불법전매가 다양한 방법으로 진화하고 있는 만큼 견본주택 주변 현장만 점검하는 아날로그식 단속에서 벗어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국토부가 분양권 불법 거래 근절의 의지가 있다면 경찰청·국세청 등 유관기관과 협조해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수사기관을 포함한 부동산 불법 행위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토부 내에서조차 분양권 불법 거래 단속·적발 통계와 일지를 각각 다른 부서에서 담당하고 있을 정도로 관련 업무는 비효율적으로 나뉘어 있다. 분양권 양도·알선, 불법 전매 등 조치 사례 통계는 부동산산업과에서 담당한다. 하지만 실제 현장 점검 일지는 주택정책과 소관이다.
일각에서는 아예 분양권 전매를 양성화해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아무리 단속 방식을 정교하게 다듬어도 시장은 언제나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이와 관련해 "분양권 거래소를 만들어 거래를 투명화하되 세금을 제대로 걷으면 된다"며 "시세와 거래가 투명해지면 분양권 시장이 투기의 장이 아니라 실수요자들을 위한 내 집 마련 공간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공무원은 전매제한이 걸린 세종시 내 한 아파트를 웃돈 4700만원에 매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