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KB국민은행 주간 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일주일 사이 0.13% 상승해 17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상승폭도 지난해 10월 31일 이후 7개월여 만에 가장 컸다. 서초·강남·송파·강동구 등 강남4구는 0.18~0.23%로 상승폭이 시내 다른 지역보다 높았다. 이 같은 상승세는 한국감정원이나 부동산114 등 다른 기관의 조사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강남 주요 재건축단지 인근 공인중개업소들에 따르면 한 달 사이에 호가가 1억원 이상씩 오른 곳도 적지 않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사람들 관심이 집값으로 쏠린다. 정권 초기 부동산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아 위기 혹은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는 대통령 개인의 소신이나 더불어민주당 성향을 감안할 때 집권 초기 집값은 출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서울 및 수도권과 부산, 세종 등 지방 주요 도시 집값이 대체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공급이 제한된 서울 집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정부의 집권 초기 부동산 정책은 예상과 다른 결과를 빚는 경우가 많았다. 규제 완화를 통해 주택시장 살리기에 나섰던 정부의 집권 첫해 집값은 모두 떨어진 반면 규제를 강화한 정부에서는 오히려 집값이 올랐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김대중정부가 출범한 1998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연말까지 4% 떨어졌다. 외환위기 충격 속에서 출범한 탓에 수도권 민간택지 분양가 자율화와 양도세, 취·등록세 감면 등 파격적인 정책을 폈으나 침체된 소비심리를 당장 반전시키진 못했다. 이어 집권한 노무현정부는 집값 폭등을 막겠다며 초기부터 규제책을 내놨다. 하지만 집권 첫해(2003년) 집값은 13.36% 올랐다. 규제 완화 기조를 내세운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의 집권 첫해인 2008년과 2013년에는 집값이 각각 1.46%, 0.29% 떨어졌다.
문재인정부의 초기 부동산 정책은 시장 부양보다 규제에 쏠릴 가능성이 높다. 가장 먼저 8월 중 마련할 가계부채 대책을 통해 금융당국의 대출 조이기가 강화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경감이 목표인 반면 국토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가 중요하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수요 급감을 야기할 수 있는 대출 조이기에 반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김현미 내정자가 장관으로 확정되면 국토부 입장도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 김 내정자는 장관 지명 후 가진 첫 간담회에서 "LTV(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완화가 지금의 가계부채 문제를 낳은 요인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2011년 발간한 저서 '강한 아줌마 약한 대한민국'을 통해서도 그는 우리나라 주택금융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면서 "정부와 금융사, 건설사들의 주택금융에 대한 시각이 바뀌지 않는 한 서민들 어려움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내정자는 또 임대차보호법이 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언급하며 전월세상한제 같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을 마련한다는 소식과 김 내정자의 지명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장 변화에 가장 민감한 재건축은 일부 관망세로 돌아서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최근 상승세를 주도했던 강동구 둔촌주공과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등은 6월 들어 매수세가 감소하고 호가 상승도 멈췄다는 것이 인근 공인중개업소 전언이다.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도 있지만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 예고가 일종의 '구두개입'으로 작용했다는 풀이다.
전문가들은 집권 초기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 시장 왜곡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최근 지방에서는 미분양이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데다 청약규제를 강화한 주택법 개정안도 국회 입법을 앞두고 있어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부산 등 지방 민간택지도 분양권 전매를 제한할 수 있고 청약조정지역을 수시로 지정하거나 해제할 수 있다. 심교언 건국
[정순우 기자 /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