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유용석 기자] |
2008년 1월. 일과 가정, 육아의 연장선상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고 살던 여성 직장인들이 뭉쳤다. 아이러니하게 이들의 단결은 10여 년 간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던지며 시작됐다.
건설업은 여성의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고 알려진 대표적인 업종이다. 특히 일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기혼녀들이 느끼는 피로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남자들이 득실한 사무실에서도 ‘억척녀’로 통하던 그도 출산 휴가 복귀 후 지방현장을 오가는 삶에 결국 두 손을 들고 만다.
결국 2007년 8월 같은 시기에 아이를 낳은 친구와 함께 창업에 뛰어들었다. 그가 바로 지금의 오피스 매매·임대관리 회사인 현승AMC의 장세미 대표다. 준공을 앞두고 있던 빌딩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첫 출근하던 날 그녀는 일과 가정에서 모두 인정받는 업계의 ‘아마조네스'가 되리라’ 각오한다. 나중에 1명이 합세해 공동 창업자는 3명이 된다.
오피스 시장에서 이들의 영업방식은 화제가 됐다. 일 수주를 위한 영업활동 시 공동 창업자 3명이 언제나 함께였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세 명이 각 자 영업하면 효율적이지만, 당시에는 함께 다닐 수밖에 없었다”면서 “업무 경험자가 한명 뿐이라 2명은 일을 배우는 입장이었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 엄마 셋 뭉친 회사 “공동육아 할 수 있어 다행”
기혼 여성 3명 함께 일하다 보니 육아에 대한 배려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장 대표는 “3년간 번갈아가면 임신과 출산이 이어지다 보니 탕비실에 유축기를 갖다 놨고 근무시간에는 아이를 봐주실 분을 채용했다”고 말했다.
아이가 학령기에 접어들면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제2육아전쟁의 막이 오르는 것이다. 자기주장이 많아진 아이는 베이비시터보다 엄마의 손길이 필요하다. 그래서 ‘품앗이 육아’를 도입한다. 사내에서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나눔 육아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이 회사 창가 쪽에는 멋들어진 나무 테이블이 있다. 분위기 있는 커피숍에나 어울릴만한 자태다. 창가 쪽에 자리 잡은 이 테이블의 용도가 바로 이런 목적이다. 혹시나 누군가의 일이 늦어져 아이들과 함께 퇴근해야하는 경우가 생기면 다른 누군가가 아예 사무실로 아이들을 안전하게 데리고 와 이 공간에 머물다가 함께 움직이는 것이 지금은 너무 자연스럽다.
“아이들은 자주 아프잖아요. 아프다 말면 다행인데 입원까지 하게 되면 회사업무가 손에 잡힐 리 없죠. 이럴 땐 눈치 보지 말고 3~4일 휴가 내서 아이랑 같이 있으라고 권합니다. 이래야 복귀 후 업무 효율도 올라가더라구요.”
◆ 건물 매매부터 임대, 리테일에 시행까지 사업 넓혀
이렇게 엄마 셋이 퇴직금 1000만원으로 시작한 회사는 서로를 보듬으며 4년 간 고군분투했다. 준공 전 오피스에서 시작했던 사무실도 2012년 오피스 시장의 메카로 불리는 삼성역 인근의 지금의 오피스 빌딩으로 이전했다.
직원없이 대표 3명이 시작한 회사는 현재 10명이 근무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업역도 기존 오피스 매각·임대 외에 리테일에 이어 부동산 시행까지 발을 넓혔다.
현승AMC는 2개의 시행 사업을 진행 중이다. 제주 서귀포 타운하우스 '까사마르 팰리스'(25가구)는 현재 분양 중이다. 오는 10월에는 강원 속초에서 복합단지(아파트, 오피스텔) 약 500가구를 공급하기 위해 설계 작업에 들어갔다.
제주 타운하우스와 관련해 장 대표는 “사업 초기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가 우려됐지만 이미 시공에 들어간 물량이라 그런지 내국인 중심으로 계약률이 올라가고 있다”면서 “국제학교와 가까워 초·중·고교생 자녀를 둔 30~50대 학부모나 세컨드하우스를 구하는 60대 은퇴자들의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 오피스 시장 “빌딩가격 꾸준히 올라…렌트프리 확산은 문제”
“제가 이 업계에 몸담은 뒤 가장 활황인 것 같아요. 빌딩가격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최근 오피스시장에 대해 묻자 장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대형(프라임급) 빌딩은 기관들 위주로 거래된다”면서 “오피스 시장은 크게 기관투자자와 개인 수요자로 나뉘는데 시황차가 발생하는 것은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 [사진 유용석 기자] |
이에 대해 장 대표는 “오피스에 공실이 없어야 매각되는 사례가 늘다보니 손해를 보더라도 ‘렌트프리’ 조건으로 임차인 구하는 건물주가 늘고 있다”면서 “특히 빌딩 관리 운용사들이 증가하면서 이러한 현상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렌트프리는 '조삼모사'에 불과한 눈속임이라는 게 장 대표의 생각이다. 임차인들은 렌트프리로 임대료 비용을 줄였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향후 계약기간 임대료에 전가될 수밖에 없고, 결국 주변 건물 임대료까지 상승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매매를 원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투자용 매입자들입니다. 임차인(기업) 세팅이 완성된 빌딩을 선호하는 것은 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하지요.”
◆ “사람과 건물을 이어주는 ‘커플매니저’…여성에게 더 맞아”
이런 시장에서 건물 활성안 방안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장 대표는 대부분 로비로만 이용하는 건축물 1층 공간에서 해답을 찾았다. 리모델링을 통해 1층에 커피전문점이나 편의점, 드럭스토어 등을 넣어 공간활용도를 높인 것이다. 당연히 자산가치도 올라가며 건물 주인을 찾아주는 일에 속도가 붙었다. 덕분에 사람과 건물의 연결고리가 더 늘어난 셈.
장 대표는 “현승AMC의 일은 사람과 건물을 이어주는 커플매니저와 같아 건물도 사람과 궁합이 맞아야 연결이 된다”면서 “매매자와 매수자 각자에게 맞는 부동산을 연결해주는 코디네이터 역할은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접근할 수 있어 강점”이라고 말했다.
오피스 매매·임대 업계에 도전하려는 경단녀들에게 그는 “어느 순간 육아와 가사에만 파묻혀있는
[디지털뉴스국 이미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