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대출 금리가 넉 달 만에 평균 0.6%포인트나 뛰어올라 개인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역전했다. 집단대출이란 신규 아파트를 분양할 때 차주(대출자) 개인의 상환능력에 대한 심사없이 중도금과 이주비, 잔금 등을 빌려주는 은행 대출상품을 말한다.
집단대출 금리가 개인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역전한 건 이례적이다. 집단대출은 통상 많게는 한 아파트에 수천 건을 대출해주는 박리다매 구조라 단 건인 개인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일반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집단대출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그동안 아파트 분양의 산파 역할을 맡았던 집단대출도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집단대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건 지난 2015년 4월 이후 지난해 12월이 처음이다.
◇집단대출 잔액 두달새 5626억 감소…급상승 대출이자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1월 집단대출 잔액은 108조538억원으로 작년 12월(108조3857억원) 대비 3319억원 감소했다.
전월에 2307억원이 감소했으니 두 달 만에 5626억원이 줄어든 것.
시중은행들은 당국이 가계부채에 대해 속도 조절에 나선 작년 10월 무렵부터 대출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했다.
5대 은행의 집단대출 잔액은 작년 9월 1조510억원이 늘었으나 10월 9246억원, 11월 7669억원으로 감소한데 이어 12월부터는 아예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집단대출 대출이자도 급상승하고 있다. 5대 은행의 집단대출 평균금리는 작년 9월 연 3.15%에서 올해 1월 연 3.76%로 넉 달 만에 0.61%포인트나 치솟았다.
집단대출은 통상 개인 주택담보대출보다 금리가 낮은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단기간 내에 급상승하면서 개인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가뿐히 제쳤다.
◇분양받아도 분양 부대비용만 올라
집단대출의 증가세 둔화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은 2016∼2017년 집단대출로 인한 주택담보대출 증가 규모가 월평균 3조∼4조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올해 초반부터 엇나가고 있다.
당장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과 관련 성장보다 안전에 방점을 찍으며 집단대출을 옥죄자 건설사들의 분양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대형건설사도 제1금융권을 뚫기 어려워 2금융권과 대출 논의를 하는 곳도 적지 않다.
분양 후 대출 은행 섭외에 몇 달씩 걸리는 경우도 있다. 중도금 납부 일자가 임박해서까지 대출 은행을 찾지 못해 중도금 납부기일을 연기하는 곳도 속출하고 있다.
분양을 성공리에 마감해 계약도 마친 단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우건설·현대건설·SK건설 등이 작년 10월 강동구 고덕동 주공2단지 재건축 사업으로 분양한 고덕그라시움 아파트도 중도금 대출 관련 현재 농협,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기업은행 등과 협의 중이나 금액 등에 대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지는 전체 4932가구의 초대형 규모로 일반분양 물량만 2000가구가 넘어 집단 대출액 규모가 8000억원에 달한다.
게다가 올해 1월 1일부터는 집단대출 중 잔금대출에 대해서 차주별 소득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여신심사가이드라인이 적용돼 시장이 더욱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전망도 어둡기는 마찬가지
아파트 매매에 따른 차익실현을 보기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대출이자 비용 상승에 따른 부대비용 증가로 수분양자(분양받은 사람)들만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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