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활황에 힘입어 단독주택 가격이 8년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개발 호재와 외지인 투자수요가 많은 제주도의 상승률이 유독 두드러졌다.
1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전국 표준단독주택가격'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 기준 전국 표준단독주택 평균 공시가격 상승률(연간)은 4.75%로 지난해(4.15%)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이는 2012년(5.38%)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표준단독주택은 전국 단독주택 418만가구 중 해당지역 집값을 대표하는 주택 22만가구를 추출한 것이다.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과세 기준으로 쓰인다.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98% 하락했지만 이듬해 반등했고 올해까지 8년째 상승했다.
지역별 표준단독주택 가격 상승률은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더 두드러졌다. 수도권의 평균 상승률은 4.46%였던 반면 광역시는 5.49%, 시·군은 4.91%로 집계됐다.
특히 제2공항 개발 호재와 외지인 투자수요 유입이 활발한 제주도의 평균 상승률이 18.03%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해운대구와 연제구, 수영구 중심으로 재개발과 대형 개발사업이 진행중인 부산이 7.78%로 상승률 2위를 기록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구축으로 인구유입이 늘고 있는 세종이 7.22%로 그 뒤를 이었다. 대구(6.01%)에 이어 서울이 5.53%로 5위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주, 부산, 세종 등 개발사업이 활발한 일부 지역 가격상승률이 워낙 높아 지방 전체의 상승률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단독주택 가격 상승률은 대한민국 대표 주택인 아파트를 뛰어넘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8%로 단독주택의 6분의 1에 불과했다. 가장 상승폭이 컸던 제주 역시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7.2%로 토지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정부의 부동산시장 안정화 대책과 공급과잉 우려 등이 겹치며 지난해 연말 주택가격이 조정국면에 접어든 반면 상대적으로 토지를 많이 끼고 있는 단독주택은 영향을 덜 받은 것으로 보인다. 2015년의 전국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4.8%로 단독주택보다 높았다.
단독주택 시세는 2009년 주택법 개정으로 도시형생활주택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부터 꿈틀대기 시작했다. 당시 정부는 서민과 1~2인 가구 주거안정을 위해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건축 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이를 계기로 넓은 토지를 점유하고 있는 단독주택을 다세대주택으로 재건축해 임대사업을 하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단독주택 몸값은 높아지기 시작했다. 2010년부터 올해까지 전국 단독주택 누적 상승률은 30%에 달한다.
조사 대상 표준단독주택 중 가장 비싼 집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자택이었다. 대지면적 1758.9㎡, 연면적 2861.83㎡ 규모인 이 주택은 지난해 129억원에서 올해 143억원으로 시세가 뛰었다. 이 집은 원래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소유였으나 2013년 이 회장이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표준단독주택 가격 상위 10채 중 7채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과 한남동에 위치했다.
하지만 오는 4월말 발표 예정인 개별 단독주택 가격 순위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이태원동 자택이 포함될 예정이라 1위가 바뀔 전망이다. 이건희 회장
한편 전국에서 가장 가격이 낮은 단독주택은 전남 영광군 낙월면 송이길 소재 블록주택이 차지했다. 이 주택의 공시가격은 94만2000원으로 지난해(87만5000원)에 비해 7.7% 올랐다.
[정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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