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1월 3600여 가구 입주를 앞두고 전세·매매 거래가 이어지는 강동구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전경. [한주형 기자] |
분양 시장이 한창 세를 불리던 2014년 말~2015년 초 수도권 시장에 나왔던 아파트들이 내년 1월 대거 입주를 앞두면서 일대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19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다음달인 2017년 1월 입주를 시작하는 아파트는 전국 2만4751가구로 2000년 이후 1월 입주분으로는 가장 많은 물량이다. 특히 수도권은 올 1월(4122가구)의 3배 이상인 1만3224가구에 이른다. 올 1월 역대 최고치인 1만6456가구가 입주한 후 내년에는 1만1527가구로 물량이 다소 줄어드는 지방과는 상반되는 추이다.
새 집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수도권은 서울·김포·위례 일대가 주축이다. 같은 수도권이지만 현장 반응은 온도가 엇갈린다. 청약미달과 할인분양이 난무하던 김포 일대는 '미입주의 무덤' 우려가 나온다.
장기동 B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말 전매제한이 풀리던 당시 '마이너스 피' 혹은 '무피'였던 단지들이 이제는 줄줄이 전세로 나온 상태"라며 "일대 공급이 많다보니 내년 입주하는 아파트 전세금이 오히려 인근 단지보다 낮은데도 수요보다 매물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일대 분양권은 지난해 말 웃돈이 300만~500만원 선에 불과해 대구·부산 등지에서 올라온 '원정 갭 투자자'들이 몰려 웃돈 시세가 2000만원 이상 올랐다. 하지만 KB부동산시세 등에 따르면 지난주 0.01% 하락하는 등 내리막세에 있다.
내년 1월 분양을 앞둔 '김포 한강센트럴자이 1차'(총 3481가구) 전용면적 70㎡형의 전세금 시세는 2억4000만원 선으로 2013년 집들이를 한 '한강신도시푸르지오' 전용 59㎡형의 전세금과 같은 수준이다. C공인 관계자는 "인근 마산·운양동을 빼더라도 장기·구래동 일대에서만 5월에 추가로 2100가구가 입주하는데 다른 수도권 신도시·택지지구, 개발호재가 분산돼 있다보니 세입자 유입은 더딘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출구전략을 고민하는 집주인들이 입주를 한 달 앞둔 시점에서 500만~1000만원씩 전세·매매가격 호가를 낮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과 위례 일대는 사정이 다르다. 김포와 마찬가지로 '역전세난' 전망이 오가지만 실입주 수요가 이어지기 때문에 거래 기대감도 공존한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지만 세입자 입장에서는 더 낮은 금액으로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기 때문에 시장 전체적으로 볼 때는 역전세 현상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3000가구급 대단지가 집들이를 하는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고덕시영 재건축·총 3658가구)는 1월 5일 입주를 앞두고 전·월세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고덕동 D공인 관계자는 "대단지를 선호하는 30~40대 부부들이 전세 물건을 주로 찾고 있다"며 "11·3 대책에 따라 강동4구로 묶인 이후에는 규제 대상이 아닌 단지 투자자들이 늘면서 인근 재건축 단지들과 달리 매매 가격은 떨어지지 않고 전세금은 올랐다"고 말했다.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전용 72㎡형 전세금 시세는 지난주에 비해 2000만원가량 올라 현재는 4억5000만~5억원 선이고 매매 가격은 7억원 선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의 경우 재건축·재개발 사업으로 공급이 늘더라도 '2008년 잠실 데자뷔' 현상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경기도 김포·평택·용인과 지방의 대구·경남·충남 일대는 공급 대비 수요가 부족해 미분양이 미입주로 번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잠실 데자뷔란 2008년 송파구 잠실주공 재건축(엘스·리센츠·파크리오) 단지 1만5000여 가구가 입주하면서 전세금이 떨어지자 집주인들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대출까지 받아야 했던 '역전세난'이다.
김덕례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