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수요자들의 발걸음으로 계약이 활발한 ‘e편한세상 서울대 입구’ 견본주택 풍경. [사진제공 = 대림산업] |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는 내집 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틈새 시장’으로 통하지만 11·3규제 이후로는 청약 제한을 피해 분양을 받으려는 투자 수요가 가세하는 모양새이다. 16일 서울에서 예비당첨 계약을 마감한 대형A사 분양 관계자는 “1순위 자격 강화 이후에 경쟁률이 반토막 난 건 사실이지만 내집마련 신청은 오히려 2배 이상으로 뛰어 청약신청보다 많다”며 “청약 통장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실·투자 수요가 모두 몰린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11·3이후 첫 블랙프라이데이’로 통하던 지난달 25일 견본주택 문을 열고 분양에 나섰던 서울 양천구 ‘목동 파크자이’(신정도시개발사업지구)에는 내집마련 신청서만 1만200여건이 접수됐다. 총 청약신청(2045건)의 5배에 달하는 사람들이 몰린 결과다. 청약 당첨자 발표 바로 다음날인 10일에 이어 정당 계약이 마감된 16일에도 내집 마련 신청을 위해 목동 파크자이를 찾았다는 문 모씨(양천구 목동·32세)는 “규제 이후 청약 경쟁률이 반토막났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실제로 분양받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외에 같은날 분양에 나섰던 성북구 ‘래미안 아트리치’(석관2구역 재개발) 역시 내집 마련 신청이 4200여 건으로 전체 청약신청(2611건)의 2배에 이르렀다. 관악구 봉천동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봉천12-2구역 재개발)역시 내집 마련 신청(4000여 건)이 청약신청(3378건)을 넘었다. 이에 대해 대형B사 관계자는 “1순위 자격 강화로 인해 청약 부적격자 비율이 평소보다 2배 가량 높아지는 바람에 걱정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지금까지는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11·3대책이 처음 적용된 서울 주요 단지 5곳의 평균 청약 부적격자 비율은 18%로 이전의 통상적인 비율(8%)에 비해 높다.
한 켠에서는 조기 계약 마감을 염두에 두고 내집 마련신청에 제한을 두는 사업장도 나왔다. 마포 ‘신촌 그랑자이’(대흥2구역 재개발)는 ‘예비당첨’ 단계에서 충분히 계약 마감이 가능하다는 분석 하에 내집마련 신청을 따로 받지 않았다. 송파구 ‘잠실 올림픽아이파크’(풍납 우성 재건축)를 비롯해 서초구 ‘래미안신반포자이’(잠원 신반포18·24차 재건축) 등은 각각 500여 건으로 신청서를 받았다. 이에 대해 분양 관계자는 “애초에 일반분양분이 100가구 미만이고 청약 경쟁률이 높게 나와 계약 마감을 코 앞에 둔 단지는 신청서를 무제한 받을 필요가 없다”며 “내집마련 신청을 얼마나 받느냐는 건설사의 재량이어서 기존에도 삼성물산 같은 경우 ‘S클래스 카드’ 발급을 통해 한정적으로 신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열기는 강력한 규제로 꼽힌 ‘11·3대책’과 더불어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확대, 국내·외 금리 상승 리스크로 인해 서울 아파트 시장이 하강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던 전반적인 예측과는 상반된다. 이는 ‘실수요의 힘’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내집마련 신청은 정당계약과 예비당첨 이후에 남은 물량이 대상으로 추첨이나 선착순으로 당첨자가 정해지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이른바 ‘로열 동·층’에 당첨될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오윤섭 닥터아파트 대표는 “일시적인 하강 국면세를 투자 적기로 보면서 매수 타이밍을 재는 사람들도 나선 결과”라며 “규제 직격탄을 맞은 강남 일대 재건축 단지들의 집값이 하향세로 돌아섰고 대단지 입주를 앞둔 지역은 전세금이 떨어지기도 하지만 이는 단기 현상일 수도 있다”
서울은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위주로 아파트가 공급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입주가 집중될 수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수요대비 공급이 많지 않아 시세 상승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서울의 순 공급·입주물량이 늘어나는 시점을 2019년 이후로 내다보고 있다.
[김인오 기자 /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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