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옴에 따라 국내 건설업계에서는 회계감사에 대한 공포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우건설의 3분기 보고서가 의견거절을 당하자 이 같은 회계법인의 까다로운 감사 기준이 다른 건설사에도 적용될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건설업계 회계처리의 고질적 병폐인 미청구공사 문제가 여전한 상황이어서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국내 시공능력 상위 10개 건설사의 9월 말 기준 미청구공사 잔액은 총 14조233억원에 달한다. 현대건설(3조6089억원) GS건설(2조1918억원) 대우건설(2조158억원) 순으로 많다.
미청구공사란 건설사가 공사를 하고도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금액을 뜻하는 회계 계정이다. 건설·조선처럼 상품을 제조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산업의 경우 수주회사는 공사진행률에 따라 미리 수익을 인식하게 된다. 나중에 미리 인식한 수익만큼 공사대금을 받는다면 별 문제가 없지만 그러지 못한다면 그동안 잡힌 미청구공사는 손실로 바뀌게 된다.
10대 건설사 중 지난해 대비 미청구공사 잔액이 증가한 건설사는 대우건설·대림산업·GS건설·롯데건설·현대산업개발 등 5개사로 나타났다. GS건설의 미청구공사 잔액은 지난해 말 2조544억원에서 올 3분기 말 2조1918억원으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대림산업은 1조2144억원에서 1조2618억원, 롯데건설은 5252억원에서 5648억원, 현대산업개발은 1000억원에서 1921억원으로 늘어났다.
특히 대우건설의 미청구공사 잔액은 1조7734억원에서 2조158억원으로 전년 대비 2424억원이 불어나 주요 건설사 중 미청구공사 잔액이 가장 많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과 달리 건설업은 미청구공사가 발생하더라도 나중에 돈을 떼일 염려가 작다"며 "대우건설의 미청구공사 급증은 대규모 사업을 많이 수주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일 뿐 기업 부실
반면 삼성물산·현대건설·포스코건설·현대엔지니어링·SK건설 등 5개사는 미청구 잔액이 줄어들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올해 들어 최대한 보수적으로 회계처리를 하고 있다"며 "비용을 앞당겨서 인식했기 때문에 내년에는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