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도 없이 조합원부터 모집'…우후죽순 주택조합 경쟁으로 피해↑
↑ 사진=연합뉴스 |
최근 청주시 청원구의 한 주택조합이 1천100여가구의 비교적 규모가 큰 아파트를 건설하겠다며 조합원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주택조합이 아파트 분양을 받길 원하는 사람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것은 일반 아파트에 비해 파격적으로 낮은 분양가입니다.
문제는 아파트를 짓겠다는 용지가 현재 조시계획상 체육시설 용지로 묶여 있는 곳입니다. 땅 한 평도 없이 아파트를 짓겠다며 조합원을 모집하는 것도 불안한 데 과연 체육시설 용지에서 해제될 수도 있는지도 불투명해 지역 부동산업계에서 논란이 됐습니다.
이런 우려에 대해 시가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청주시는 주민 피해가 우려되자 이례적으로 기자회견까지 열어 "해당 지역을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용도 변경할 계획이 없다"며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청주시의 발표대로라면 용도변경을 할 수 없는 부지에 아파트를 짓겠다고 현혹해 조합원들을 끌어모으려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최근 우후죽순처럼 추진되는 주택조합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입니다.
주택조합은 주민이 조합원으로 참여, 건설사와 공동으로 사업을 펼치기 때문에 일반 아파트보다 분양 가격이 낮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문제는 현행 주택법상 주택조합 설립인가를 받기 전부터 별다른 절차 없이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계약금을 받고 조합원을 모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업 진척에 따라 중도금도 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곳을 대상으로 조합원을 모집하거나, 사업을 추진할 땅도 확보하지 않은 채 조합원을 모집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주택조합을 두고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라거나 '땅 짚고 헤엄치기'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심지어 하나의 부지에 2개의 조합이 생겨 조합원 모집 경쟁을 벌이는 곳까지 있습니다.
지난해 해운대구의 한 주택조합 추진위원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 조합은 동일한 지역을 놓고 다른 조합과 아파트 건설 경쟁을 벌였습니다.
양측이 모두 조합원 모집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지주들로부터 토지사용 승낙을 받지 못해 결국 사업이 무산됐습니다.
당시 조합에 가입했던 1천여명이 투자금을 몽땅 날리는 손해를 보면서 다툼이 끊이지 않자 추진위원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입니다.
광주 북구의 한 주택조합 역시 다른 건설업체와 중복 용지 문제가 발생해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결국, 아파트 건설 추진이 어렵게 되자 일부 조합원은 1천700만원의 위약금을 내고 조합을 탈퇴, 피해를 봤습니다.
조합이 설립됐다고 하더라도 운영 과정에서 각종 잡음이 이어지면서 사업 추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곳도 상당수 있습니다.
광주시 동구에서는 16개 지구에서 1만7천 가구를 개발하려는 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나 사업인가를 받은 곳은 8곳에 그치고 나머지는 지지부진합니다.
지난 5월 사업인가를 받은 한 조합의 조합장은 비리에 연루돼 구속됐고 새로 조합장을 뽑았지만, 무효주장이 제기돼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주택조합이 잇따라 설립된 광주 북구도 17개 지구 가운데 5곳만 착공했을 뿐입니다. 광주의 단일 재개발 사업지구로 최대규모인 서구의 재개발 사업도 조합 내부 분쟁이 이어지면서 조합설립인가 무효확인소송이 제기되는 등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대구의 한 조합은 설립인가가 나지도 않았는데 업무대행사의 운영상 회계 부정 의혹이 제기돼 말썽이 일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조합설립 인가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1년 만에 조합원들이 납부한 계약금 등을 사업 주최 측이 모두 사용해 갈등을 빚었습니다.
주택조합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지명도가 높은 건설회사의 이름을 도용해 말썽을 빚는 사례도 있습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4월 부산의 한 주택조합이 자신들의 상호를 도용했다며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조합 측이 각종 홍보물과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포스코건설을 '시공 협의 예정자'라고 표현하자 포스코 측이 조합과 전혀 협의한 사실이 없다며 소송을 낸 것입니다.
인지도가 높은 건설업체를 끌어들여 소비자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의도로, 이런 주택조합의 달콤한 유혹에 덜컥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낭패를 보기 십상입니다.
주택조합은 서민들의 내 집 마련에 좋은 기회를 주는 제도이긴 하지만 만일 사업이 실패하면 계약금과 중도금을 날리는 등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에게 돌아갑니다. 조합 추진 과정의 홍보비, 운영비, 인건비 등을 모두 조합원이 떠안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무분별한 조합원 모집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주택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개정안은 지역·직장주택조합 설립인가를 받거나 인가받은 내용을 변경하고자 조합원을 모집하려는 사람은 시·군·구청장에게 신고하고 공개모집으로 조합원을 모집하도록 했습니다.
주택조합이 공동사업주체가 될 시공사(건설사)를 선정한 경우, 해당 건설사는 주택보증공사 등 국토부령으로 정해진 기관에서 시공보증서
청주시의 한 관계자는 "주택조합은 사업의 모든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있는 만큼 조합원으로 가입할 때는 사전에 사업추진 가능성, 시공사로 참여하는 건설업체의 견실성 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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