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매가와 공시지가 차이가 큰 중소형 빌딩이 몰려 있는 강남구 일대. [매경DB] |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급기야 공시지가는 강남 주요 상권에 있는 빌딩보다 높지만 시장에서 손바뀜될 때는 그보다 더 싸게 팔려나간 건물도 나왔다. 공시지가와 매매가 차이가 크거나 작은 지역은 거기에 잘 맞는 임차 업종이 따로 있는 만큼 빌딩 임대업을 고려하는 투자자들은 유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21일 중소형빌딩거래 전문업체 리얼티코리아에 따르면 최근 지하철 8호선 송파역 인근 대로변 지상 3층짜리 석촌동 296 상가빌딩은 3.3㎡당 6128만원에 팔렸다. 비슷한 시기에 손바뀜된 강남구 역삼동 르네상스호텔 사거리 노선상업지에 있는 5층 상가빌딩 6285만원보다 더 싸다.
하지만 두 빌딩 공시지가는 정반대다. 석촌동 빌딩 공시지가는 같은 면적이 무려 5554만원에 달하지만 강남구 5층 빌딩은 3881만원으로 석촌동 빌딩이 1000만원 이상 높은 것이다.
역삼동 경복아파트 사거리 대로변에 위치한 한 상가 건물도 3.3㎡당 공시지가는 3800만원대지만 현재 시장에는 9000만원대에 매물로 나와 있다. 지난해 송파동에서 팔린 4층짜리 꼬마빌딩이 공시지가 4958만원보다 고작 879만원 높은 5837만원에 새 주인을 찾은 것과는 대조된다.
이런 현상은 특히 연남동처럼 최근 몇 년 새 급부상한 신흥 상권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최근 맛집 상권 가운데 다크호스로 떠오르는 연남동에서는 공시지가 1001만원짜리 상가가 실제 시장에서는 5334만원, '홍대상권'을 아우르는 서교동에서는 공시지가 2600만원 꼬마빌딩이 9600만원에 팔려나가는 등 매매가격이 공시가격보다 최고 5배나 높았다.
강남 가로수길 대로변 4층짜리 상가 공시지가는 3.3㎡에 2204만원이지만 지난해 무려 이보다 4배 높아 웬만한 송파구 소재 빌딩값을 훌쩍 넘는 8913만원에 팔려나갔다. 주로 3종이나 일반상업지역인 다른 강남권 주요 상권과 달리 용도지역이 2종이라 용적률 제약이 큰 건물인데도 공시지가와는 상관없이 몸값이 치솟은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거래된 가로수길 524 헤어숍 건물도 3.3㎡당 7058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공시지가 1473만원과 차이는 4.8배에 달한다.
이 때문에 거꾸로 매매가와 공시지가 차이가 큰 빌딩이 많은 지역일수록 유동인구가 많아 임대사업하기 짭짤한 투자 '핫 플레이스'로 봐도 무방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공시지가가 실제 시세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은 1년에 한 번씩 발표되다 보니 즉각적인 시세 반영이 안 된다는 근본적인 한계, 그리고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기준이 되다 보니 급격히 올리기 어렵다는 정부와 지자체 입장이 반영된 결과다. 매년 매매가격이 10% 이상 뛰는 홍대 상권도 올해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표준지 공시지가 발표에서는 작년보다 5.81% 오른 데 그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국토부가 밝힌 공시지가의 실거래가 반영률은 약 67%에 그친다.
투자자로서는 시세와 공시지가 사이 차이를 고려해 여기에 맞는 임차인을 들여야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이진석 리얼티코리아 상무는 "차이가 큰 지역은 유명 맛집이나 패션매장 등에 임차를 주는 게 유리하다"며 "반대로 둘 차이가 적은 곳은 유동인구보다는 목적구매 성향의 고객이 들르는 자동차대리점이나 가구점, 병원을 유치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차이가 큰 곳이라고 무조건 높은 수익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는 금물이다. 빌딩을 살 때는 일반적으로 매입비 절반을 대출로 활용하는데, 은행 담보대출은 시세가 아닌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대출액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결국 매입 과정에서 자기자본비율이 높아져 실제 수익률은 낮아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