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스테이트(Hillstate)보다 더 고급스럽고 뭔가 다른 이름!’
현대건설이 이달 초순에 9년 간 써오던 힐스테이트 외에 다른 브랜드를 발표할 예정이다. 고가 아파트 마케팅과 재건축 수주를 이끌 프리미엄 브랜드 선정을 위해 현재 몇 개의 안을 두고 경영진이 고심하고 있다. 회사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호가든 3차’ 아파트의 재건축 사업 수주 따내려는 의도다. 이름값을 중시하는 국내 주택 소비자들을 겨냥한 건설사들의 전략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얘기다.
이른바 ‘있어 보이는’ 이미지가 중요한 세상에선 브랜드만큼 소비를 움직이는 것도 없다. 아파트 시장도 마찬가지다. 주택산업연구원등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브랜드 프리미엄은 3.3㎡당 100만 원에서 800만원으로 천차만별이다. 서초 반포동 D공인 관계자는 “‘래미안·자이’의 경우 면적·입지 조건이 비슷한 인근 일반 아파트보다 5000만~1억 가까이 웃돈이 붙는다.”고 말했다.
브랜드 바람은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보이던 2000년대 초에 불기 시작했다. 삼성물산이 ‘래미안, 당신의 이름이 됩니다’라는 문구에 이어 배우 이미숙 등을 기용해 ‘래미안에 산다’는 말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면 대림산업은 ‘e-편한세상’은 정부가 인정하는 1등급 정보통신망을 갖춘 집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본격적인 브랜드는 1990년대 초호화 아파트라는 주상복합과 함께 등장했다. 지난 1998년 동아건설의 ‘솔레시티’와 월드건설의 ‘월드메르디앙’에 이어 얼굴을 내민 타워팰리스·쉐르빌·하이페리온 등이 대표적이다. 주상복합보단 오피스텔이 뜨면서 ‘푸르지오’라는 단일 명칭을 쓰는 대우건설과 달리 한 대형 건설사(롯데건설 off the record. 조만간 발표될 것 같지는 않음)는 별도의 오피스텔 브랜드를 붙이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사람들의 선호 때문에 브랜드 대부분은 영어나 라틴어다. 롯데건설은 ‘낙천대(樂天臺)’라는 브랜드를 버리고 ‘롯데캐슬(Castle)’만 사용 중이다. 중국 발음으로 롯데가 되는 낙천대보단 캐슬을 원하는 시장의 반응때문이다. ‘하늘로부터’라는 뜻의 라틴어 ‘첼리투스’를 이름에 넣은 56층 높이의 용산 동부이촌동 ‘래미안이촌첼리투스’처럼 브랜드 뒤에 특징을 덧붙이
반면 전통적인 이미지를 지향하는 곳도 있다. 쌍용건설은 2000년대 초 벤처·닷컴 열풍시대 때 만든 ‘스윗닷홈(sweet.home)’이라는 브랜드 대신 ‘쌍용예가(藝家)’를 사용 중이다. 이밖에 금성백조의 ‘예미지(藝美智)’, 영무건설의 ‘영무예다음(藝茶音)’이 대표적이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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