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기업 차장 A씨는 세들어 사는 서울 이촌동 입주 21년차 아파트 전용 84㎡를 조만간 매입할 예정이다. 1000만~1500만원 들여 인테리어를 새로 하고 집을 꾸밀 생각을 하니 절로 입꼬리가 올라간다. A씨는 “수도권 아파트를 분양 받으면 도심에 출근하기 위해 길바닥에서 1시간 이상 허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2. 자산가 B씨는 올해 초 서울 서교동 인근 4층짜리 중소형 빌딩(대지면적 391㎡)에 투자했다. 준공된 지 30년이 넘어 건물 가격은 ‘0(제로)원’. 땅값만 계산해 50억원에 매매계약서를 썼다. B씨는 “낡고 볼품 없어 보이지만 리모델링하면 전혀 다른 건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금리에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부동산 재테크가 실속·실수요형으로 바뀌자 찬밥 신세였던 연식 오래된 부동산이 각광을 받고 있다. ‘이케아 효과’로 가구·인테리어 시장이 커지면서 리모델링하면 새 것 못지 않게 바꿀 수 있는데다 매매가도 저렴하니 알뜰한 주택 수요자와 투자자에겐 오래됐지만 값어치 있는 ‘빈티지 부동산’이 꽤 괜찮은 거래인 셈이다. 빈티지는 명품 와인이 생산된 햇수와 관련된 말로 일정기간이 지나도 가치를 유지하는 것을 일컫는다. 기존 주택 시장에서도 최근 들어 준공 후 10년이 넘은 빈티지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눈에 띈다.
27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준공 10년 초과한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1.01% 올라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준공 후 1~5년(0.99%)과 6~10년(0.7%) 아파트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함영진 부동산114센터장은 “전세난 때문에 자의반타의반 매매전환에 나서는 실수요가 늘어나면서 낡더라도 일단 싸고 고쳐 쓸 수 있는 실속 구매가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익형 부동산은 더욱 빈티지 상품이 장점이 많다. 매각 차익을 노리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임대수익률을 높이려면 일단 싸게 사고 봐야 한다. 리얼티코리아에 따르면 지난1분기 중소형 빌딩 거래가 가장 많았던 강남 신사동, 서초 서초동, 마포 서교동의 연식별 거래량 조사한 결과 60.6%가 준공된 지 최소 15~20년이 넘어 감가상각으로 인해 건물 값이 사라지고 땅 값만 남은 노후 빌딩이었다. 이진석 리얼티코리아 본부장은 “오래된 건물은 싸고 신축·증축하면 용적률을 높일 여지가 있어 임대면적이 늘어나 수익률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며 “낡은 인테리어를 현대적으로 잘 살려 건물 차별화를 시도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오피스텔도 오래된 것이 수익률이 높은 편이다. 지난해 기준 입주 10년 초과한 오피스텔 연간 임대수익률은 5.97%로 가장 높았다. 반면 1~5년차(5.05%)와 6~10년차(5.11%)는 전체 평균(5.71%)에도 못미쳤다. 신규 분양 오피스텔은 분양가가 예전보다 비싸서 수익률은 더 낮다. 지난 1분기 오피스텔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1343만원으로 지난해(1150만원)보다 16.8% 올랐다. 오피스텔 분양 관계자는 “안목이 높은 투자자는 일부러 가격이 저렴한 기존 오피스텔의 저층을 공략한다”고 귀띔했다.
상가도 연식이 어느 정도 된 매물에 투자하는 게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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