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 장 모씨는 최근 서울 노원구 중계동 전용면적 44㎡ 아파트를 1억5000만원에 사들였다. 며칠 후 보증금 1000만원 월세 60만원 보증부 월세로 세가 나갔다. 전세금이 매매가 턱밑까지 치솟으면서 아파트값도 오름세다. 2017년부터 주택 임대 소득에 과세가 추진될 예정이지만 2000만원 이하인 2주택자라 세금 부담이 크지 않다. 장씨는 “큰 돈이 들어가고 변수가 많은 신도시 상가보다 안정적으로 월세가 나오는 아파트가 속이 편하다”며 “되팔 때 시세 차익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파트가 오피스텔, 상가처럼 수익형 부동산으로 변신하고 있다. 전세 시대 종언이 성큼 다가오면서 월세 시장이 커지자 임대수익을 거두기 위해 아파트 시장에 뛰어드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2000년대 중반까지 집값이 가만히 놔둬도 척척 오르는 시기에는 아파트를 되팔아 시세 차익을 얻었지만 경기침체와 저금리로‘대세 상승기‘가 꺾이고 전세의 월세 전환에 가속도가 붙자 짭짤한 월세를 벌어들이는, 새로운 재테크 상품으로 뜨고 있는 것이다.
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강북권 ‘노마성(노원·마포·성동)’ 일대 아파트가 수익형 상품으로 편입되고 있다. 최근 저금리로 전셋집 씨가 마르고 보증부 월세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지역이다.
지난 2월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 5298건으로 서울시가 통계를 집계한 2011년 이후 월별 기준 최다를 기록했다. 구별로 강남권에서는 강남구가 759건으로 가장 많고 송파구(544건), 서초구(465건), 동작구(252건) 등 순이다. 강북권에서는 노원구(411건), 마포구(258건), 성동구(244건), 성북구(197건)가 월세 거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강남 도곡동 도곡렉슬 지난 1~2월 전체 전·월세거래 건수 가운데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40.1%으로 지난해(25.7%)와 재작년(15.7%) 같은 기간보다 크게 늘었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59㎡ 는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210만~230만원, 전용면적 84㎡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260만~270만원 등 비싼 ‘월세’에도 계약이 속속 이뤄지고 있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교육 여건이 뛰어난 강남 아파트는 가격이 오르지 않더라도 학군 수요가 풍부해 월세가 잘 나온다”며“아파트가 상가나 중소형 빌딩보다 안전한 수익형 부동산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인근 중개업소 대표도“전세 재계약 시점에서 세입자와 임대료 협의가 잘 안되는 집들이 대거 월세로 전환되면서 월세 물량이 늘고 있다”며 “깡통 전세가 걱정되거나 은행 대출이 여의치 않는 세입자도 보증부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강북에서는 지난 2006~2007년 강남발(發) 집값 상승이 북상하면서 대표적인 서민·베드타운으로 이름을 날렸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은 옛말이 됐다. 이젠 새 아파트가 많고 교통, 문화,편의시설이 풍부해 거주를 원하는 30·40대가 몰리는 마포와 성동구가 강북 대표 주거지를 꿰차면서 ‘노마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옥수동 ‘래미안옥수리버젠‘은 지난 1~2월 임차 거래 중 월세가 42.1% 이며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는 무려 61.5%에 달한다. 이들 지역 중소형 아파트는 매매가와 전세금 차이가 적게는 2000만~5000만원으로 좁혀지자 전세를 끼고 여러 채를 구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게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분양시장에서 강남·도심 역세권이나 지방 산업단지·테크노밸리 인근 소형 아파트의 인기가 높은 배경에는 세를 받으려는 계산이 깔려있다. 실례로 충주 첨단산업단지에 분양 중인 ‘충주 코아루 퍼스트’는 계약자의 절반 가량이 서울·수도권, 청주, 부산 등 외지 투자자들이다. 분양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등장한‘원정 투자’도 분양권 전매 시세차익뿐 아니라 고정적인 월세 수익을 챙기려고 분양 받는 사람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박상언 대표는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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