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문에 연소득 6000만원 이하 서민들만 이용 자격이 있는 디딤돌 대출 실적은 급감하는 반면 대출 요건에 소득 제한이 없는 일반 고정금리 대출인 보금자리론 대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전세금이 연일 급등하는 상황에서도 정부가 기업형 임대주택사업, 이른바 뉴스테이에 올인하느라 서민들의 내 집 마련 지원을 정책 우선 순위에서 제외하면서 빚어진 현상이란 지적이다.
1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 연소득 6000만원 이하 무주택자(일시적 1주택자 포함) 등 무주택 서민들을 대상으로 정부가 국민주택기금을 통해 지원하는 디딤돌 대출 금리는 현재 대출 기한과 대출자 소득 수준에 따라 2.60~3.40%다. 만기 15년 디딤돌 대출의 경우 △연소득 2000만원 이하 2.7%, △2000만원 초과~4000만원 이하 2.9% △4000만원 초과~6000만원 이하는 3.2%에 대출 받을 수 있다.
반면 무주택자나 집을 갈아타려는 1주택자가 9억원 이하 아파트를 살 경우에 보금자리론 대출을 이용하면 동일 조건으로 3.1%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서류를 직접 구비하고 인터넷을 이용하면 금리가 0.1%포인트 낮은 3.0%에 대출받을 수 있다. 연소득 4000만원에서 6000만원에 해당하는 맞벌이 부부라면 무주택자 전용 디딤돌 대출보다 일반 중산층용 고정금리 대출 상품인 보금자리론을 이용하는 게 이득인 셈이다.
금리 역전이 발생한 까닭은 주택금융공사에서 운용하는 보금자리론은 지난해 한국은행의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해 금리를 많이 낮췄기 때문이다. 지난해 총 5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한 데 이어 2월부터 적용되는 보금자리론 대출 금리도 0.20%포인트 인하했다. 작년부터 올 2월까지 총 1.05%포인트를 전격 인하했다.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 대출 상품으로 유인해 가계부채 문제를 안정화시키려는 금융당국의 노력도 한몫했다.
반면 국토교통부가 운용 주체인 국민주택기금을 재원으로 활용하는 디딤돌 대출은 지난해 단 한 차례 0.20%포인트 인하하고 일시적 1주택자도 지원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소극적 대응에 그쳤다.
한 민간 연구기관 관계자는 “정부가 국민주택기금을 동원해 뉴스테이 등 신사업에 치중하면서 정작 젊은 층의 내 집 마련 대책은 소홀히 한 측면이 많다”며 “청약예금으로 들어온 돈으로 운용되는 국민주택기금의 특성상 국토교통부가 예금 이자율과 대출 이자율을 동시에 낮추기도 힘들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보금자리론 대출은 지난해 1월 대출 실적이 1772건에 1625억원에서 올해 1월에는 5227건에 4814억원으로 크게 늘어난 반면 디딤돌 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4332건, 3956억원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1월 들어 주택 매매가 활발해지면서 대출 신청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며 “특히 2월 금리 인하 이후에는 신청 문의가 크게 늘어 2~3주 이상 대기가 밀릴 정도로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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