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말 게스트하우스 명소로 떠오른 서울 명동의 한 거리에서 외국인 여행객들이 숙소를 찾아가고 있다. [김호영 기자] |
여행을 떠나온 배낭족과 색다른 삶을 꿈꾸는 집주인의 로망이 만나는 곳인 ‘게스트하우스’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1200만명 시대에 들어서면서 게스트하우스는 기존의 단독·다세대주택을 비롯해 아파트, 전원주택, 호스텔 등을 통해 다양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것. 지난 12일에는 한 TV프로에서 슈퍼주니어 멤버 규현의 가족이 중구 명동에 카페가 있는 호스텔급 게스트하우스를 차린 것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두 명 이상이 공동 침실에서 머물며 화장실·부엌 등을 공유하는 게스트하우스는 미국·유럽 등지에서 인기다. 호텔보다 싸고 다른 여행자들과 어울릴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돼 2000년대 들어 국내에서도 각광받기 시작했다.
정부가 2012년부터 연면적 230㎡ 미만인 일반 단독·다세대주택과 아파트 등을 대상으로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 지정제도’를 시행하면서 게스트하우스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게스트하우스의 일종인 도시민박업은 외국인만 손님으로 받을 수 있는 대신 건축허가나 사업계획승인 없이 영업신고만으로 인허가를 받을 수 있다. 2억원 미만 소액 투자로 10% 이상 수익을 낸다는 기대감으로 청년 창업·노후 재테크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숙박업 컨설팅 업계에 따르면 초기 투자금의 경우 원룸 임대사업은 10억원 이상인 반면 도시민박업은 1억원 수준이다.
최근 10년간 한류 열풍이 부는 가운데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1200만명, 서울을 찾은 외국인만 해도 1004만5000명으로 사상 처음 1000만명을 넘어섰다. 서울시 도시민박 이용률은 17.7%에 달해 특급호텔(13.3%)을 넘어 관광호텔(21%) 수준에 육박한다. 특히 서울에서 도시민박업소가 절반이상 몰린 종로·마포·용산·강남·중구에선 2년 새 그 수가 두 배 이상 늘었다. 올해 11월 말 서울에서만 총 560여 곳이 성업 중이다.
게스트하우스의 초기 형태는 오래된 단독ㆍ다가구주택을 사들이거나 빌려 리모델링한 것. 지금은 미분양 아파트도 쓰인다. 최근에는 호텔급 서비스를 무기로 내세운 게스트하우스도 인기다.
사용료는 보통 1인당 1박 기준 2만~5만원 선이지만 강씨처럼 욕조와 화장실이 구비된 방을 내주면서 10만~20만원을 받는 경우도 있다. 규모는 방 4~5실이 일반적이지만 60실 이상 규모에 카페를 겸하는 대형 게스트하우스들도 생겼다. 홍대 상권의 경우 게스트하우스 창업 열기로 서교동·연남동의 단독·다세대 건물이 2012년 이후 거래도 늘고 임대료도 10% 정도 올랐다.
시장이 커지면서 ‘24게스트하우스’ ‘김치게스트하우스’ 같은 프랜차이즈 업체와 예약·객실관리 대행 업체에 더해 창업 희망자에게 입지 선정 등을 해 주는 전문 개발업체도 등장했다.
게스트하우스가 인기를 얻자 일부 건축주는 불법으로 용도를 바꾸기도 한다. 속칭 ‘대형 게스트하우스’라고도 하는 호스텔업이 등록 절차와 규제가 복잡한 것에 비해 ‘소형 게스트하우스’격인 도시민박업은 구청 신고만으로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도시민박업은 주택만 가능한데 상가건물에서 운영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게스트하우스가 불법과 합법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가운데 작년 10월부터 단속에 나선 관광경찰은 불법 운영 중인 게스트하우스를 1년간 129곳 적발했다. 마포 연남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도시민박업과 호스텔업은 ‘게스트하우스’라는 이름을 공유해도 절차나 규제가 다르기 때문에 매물의 용도를 따지지 않으면 본의 아니게 범법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에선 투자 붐이 과도하다며 비관적인 전망도 내놓는다. 경쟁에 치어 대출금과 임차료를 만회하지 못하고 경매 매물로 나오기도 한다. 지난 2일에는 마포 서교동의 한 게스트하우스가 서울 서부지법 경매시장에 나왔다. 앞선 10월에는 대학로 인근인 연근동 한옥형 게스트하우스가 경매에 등장했다. 제주·전주·경기 화성 등 지방의 게스트하우스도 경매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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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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