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세 중개수수료도 ‘반값’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부동산 중개수수료 개편안에 따르면 보증부월세(반전세) 수수료가 전세 수수료에 비해 절반 이상 저렴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수료 인하폭은 전세금이 6억원 이상인 경우 훨씬 더 커 일각에선 금액이 큰 부동산 거래에 혜택을 더 주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나섰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반전세 계약이 늘고 있는 최근 추세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수수료 개편안을 발표했다”며 정부 개편안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중개수수료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반전세를 포함한 월세 수수료 산출 공식은 손대지 않았다. 현재 반전세 수수료는 월세에 100을 곱한 후 보증금을 합해 나온 금액을 전세 수수료 체계에 대입해 산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보증금 2억원에 월세 50만원인 반전세 계약을 할 경우 50만원에 100을 곱해서 나온 5000만원과 2억원을 합친 2억5000만원이 중개수수료 산출 기준금액이 된다. 수수료 체계 개편 전후 요율은 0.3%로 같아 75만원이 나온다.
이 아파트 전세 시세는 3억원이다. 바뀌는 제도에 따르면 요율은 0.4%이기 때문에 중개수수료는 120만원이다. 반전세 수수료가 전세 수수료보다 훨씬 저렴하다.
반전세 수수료 인하폭은 전세 6억원 이상 고가 주택의 경우 더 크다. 서울 송파구 ‘잠실 리센츠’ 전용면적 84㎡의 전세 시세는 6억5000만원이고 반전세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200만원이다.
전세 수수료는 제도 개편 전후 모두 최고 520만원(0.8% 이내)인데 일선 공인중개사들은 대부분 거래 금액의 0.5%를 받고 있어 실제 수수료는 325만원 선이다. 하지만 이 아파트 반전세 수수료는 개편 전후 크게 차이가 난다. 개편 전 반전세 수수료는 기준금액이 3억원으로 최고 0.8% 요율을 적용받아 최고 240만원이지만 개편 후 수수료율은 0.4%로 내려가기 때문에 12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정부는 반전세 수수료 인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보증금 3억원 이상~6억원 미만 전세 수수료가 절반 가까이 내려가면서 반전세 수수료도 같은 폭으로 저렴해진 것이다.
반전세·월세 거래가 최근 부쩍 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이 같은 의도는 적절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전세에 살다가 보증금 인상분을 월세로 줘야 하는 세입자의 경우 재계약 시 수수료를 크게 아낄 수 있다.
다만 반전세 수수료 인하 효과가 실제 전세 6억원 이상인 고가 주택을 일부 월세로 돌리는 경우 혜택이 집중된다는 비판에서 정부는 자유로울 수 없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반전세 중개수수료 산식을 그대로 두면서 수수료 인하 혜택이 고가 전세 주택에 집중되게 됐다”며 “중저가 주택 세입자들은 수수료 인하 혜택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반전세 수수료 산식을 월세에 곱하기 100을 하다가 200으로 바꾸면 중저가 주택 세입자들의 수수료가 올라가기 때문에 산식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지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