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책이 전세금만 올려놨어요. 서울 외곽에서 수도권으로, 아파트에서 빌라ㆍ다가구ㆍ다세대로 '도미노'처럼 전세금이 뛰니 이게 말이 됩니까."(서울 문래동 직장인 김영길 씨)
재건축 가능 연한 단축, 신도시 공급 중단 등을 담은 9ㆍ1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지 두 달이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달만 해도 강남 재건축과 서울 목동ㆍ상계동 등 집값이 오름세를 보이고,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이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시장 회복세가 뚜렷했지만 최근 들어 집값이 보합세에 머물거나 하락하면서 '약발이 끝난 것 아니냐'는 염려가 나온다.
정부가 집값을 띄우려다가 전세금만 폭등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같은 시장의 염려는 수치로 확인된다.
26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는 15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9ㆍ1 대책 이후 급등한 가격에 대한 부담으로 조정이 나타나면서 전주보다 0.03% 떨어진 것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1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상승률은 3주 연속 둔화됐다. 거래량도 한풀 꺾이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전달보다 20% 안팎 증가한 1만건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계절적 성수기라는 점과 8ㆍ9월 거래량이 각각 전년 동월 대비 2배 폭증한 점을 감안하면 기대 이하라는 분석이다. 반면 전세금은 24주 연속 오름세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은 조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70%를 돌파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일부 인기 지역의 분양시장에만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게 최근 부동산 시장의 한계"라며 "계절적인 성수기가 끝나고 거
조은상 부동산써브 리서치팀장도 "거래량 감소와 가격 하락은 9ㆍ1 대책 기대감이 식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국회에서 부동산 관련 입법이 무산될 경우 실망감이 반영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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