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은행 등 금융사들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강남의 금싸라기 단지 내 상가마저 '한파'를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사들이 인력구조조정과 영업점 축소를 본격화하면서 높은 임대료에 세들었던 영업점이 인근 지점으로 통폐합돼 공실이 대거 발생하는 데다 인근 복합쇼핑시설들과 임차인 확보 경쟁도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입주 5년차를 맞은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 중심상가 1층의 4분의 1가량이 몇 달째 비어있다. 5년의 임차계약기간이 끝난 SC제일은행이 최근 나간 자리에 비슷한 수준의 임대료를 내고 들어올 임차인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강남 한복판에 최고급 주거단지 상가가 수개월째 비어 있는 것은 상당히 드문 일이다.
한 칸이 전용면적 36㎡(옛 11평) 정도로 균일하게 구성된 1층 상가는 평균 월세가 보증금 1억원에 350만(후면부)~500만원(전면부) 수준이다. 반면 임차를 원하는 커피나 햄버거 등 프랜차이즈 업종들은 매출 대비 일정 퍼센트만을 월세로 지불하는 '수수료 매장'만을 원해 임대인과의 눈높이가 너무 다르다는 게 주변 중개업소 얘기다.
수수료 매장이란 매출 대비 몇 퍼센트를 임차료로 주는 방식인데 6점포를 합친 가게의 월매출 1억원에 15% 수수료를 가정하면 1500만원을 6명의 임대인이 나눠 점포당 250만원의 월세를 내게 된다.
바로 옆의 중개업소들이 350만~500만원 수준의 월세를 내고 있어 임대인 입장에서는 월 100만원의 손해를 볼 상황인 반면, 임차인들은 현재 월세 수준이 과다하다는 반응이다.
주변 중개업소 관계자는 "경기가 좋을 때 같으면 은행이 빠지면 곧장 다른 은행이 들어왔을 텐데 지금 같은 상황에선 은행들조차 높은 임대료를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라며 "그래도 강남 알짜의 단지 내 상가가 몇 달째 놀고 있는 건 상당히 보기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최근 인근 근생상권의 성장도 강남의 알짜 단지 내 상가에 적지 않은 위협이 되고 있다. 반포동 인근은 단지 내 상가 외에 킴스클럽,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단지 내 상권의 경우 오히려 위축되는 경우도 많다"며 "영화ㆍ쇼핑ㆍ생활업무 등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동인구가 쏠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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