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전세금이 다시 불안하다. 사진은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중개업소. [매경DB] |
"정부의 임대소득 과세 방침이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을 다 망쳐 놓았잖아요. 요새 누가 집을 사려고 하나요. 전세 만기가 돼도 수천만 원씩 올려서 다시 재계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서울 공덕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
2일 서울 봉천동 일대에서 만난 B씨 부부는 전세를 구하려고 하루 종일 돌아다녔지만 입맛만 다시고 있었다.
직장 문제로 서울로 이사하려는 B씨 부부는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이 되기 전 비수기 때 집을 구하면 쌀 것이라 기대했는데 전세 물건이 품귀를 빚으면서 가격이 더 올랐기 때문이다. B씨가 마음에 두고 있는 낙성현대1차 아파트 전용면적 84㎡ 전세금은 3억5000만~3억8000만원 선으로 두 달 전보다 1000만원가량 올랐다. B씨는 "한동안 잠잠하던 전세금이 다시 오르고 있다니 허탈하다"며 "반전세라도 구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 목동 일대 부동산중개업소도 여름방학에 이사하기 위해 전세를 구해 달라는 고객들을 상담하느라 쉴 새 없이 바빴다. 신시가지5단지 전용면적 95㎡ 전세금은 최근 5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얼마 전까지 서너 개 있었던 전세 물건은 달랑 하나 나와 있다. T공인 관계자는 "몇 주 전만 해도 5억원 아래로도 계약이 가능했지만 전세금이 정점을 찍었던 올 초 수준으로 다시 뛰었다"며 "융자가 없는 전세는 물량이 적은 데다 대기 수요가 붙어 앞으로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전세금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학군 수요가 있는 강남3구와 양천구는 물론 젊은 부부와 직장인이 많은 마포 동대문 성북구 등 강북 지역도 주택 매매 전환 수요가 사라진 탓에 전세금이 다시 강세다. 전세는 매물이 부족한 탓에 가격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어 가을 이사철 시장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수도권은 전반적인 매물 부족 현상이 지속된 가운데 서울과 접근이 용이한 인천 일산 김포 등 경인 지역을 중심으로 강세를 보이며 전월보다 오름폭이 확대됐다는 게 공식 견해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여름방학 학군 수요에다 가을 이사철로 이어지면서 올 하반기 전세시장은 계속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며 "개포주공2ㆍ3단지 등 재건축 이주 수요까지 가세할 경우 올가을에는 다시 전세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런데도 전세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매매시장은 제 역할을 전혀 못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100건으로 최근 3개월 연속 감소세다. 2ㆍ26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발표 이전 매매시장이 활기를 띤 올 초에 비하면 거래량은 사실상 반 토막 났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이미 턱밑까지 치솟은 서울 전세가율은 지난달 64%로, 2001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강남 지역만 보면 전세가율이 62.3%로 조사를 시작한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전세 물건이 귀하다 보니 전세보다 비용 부담이 더 큰 보증부 월세(반전세)를 선택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서민생활이 더욱 빡빡해진 셈이다. 월세시장 중심이었던 다세대나 다가구는 월세 거래 비중이 줄어든 반면 아파트는 월세로 집계되는 반전세가 크게 늘면서 거래도 급증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5월까
[고재만 기자 / 임영신 기자 /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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