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 재건축 '들썩' ◆
↑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등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이 발표되면서 거래 문의가 늘고 있는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경. |
#2. 대형 아파트 1가구 지분을 쪼개 중소형 2가구를 받는 '1+1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초구 반포동 주공1단지도 매물이 '실종'됐다. 5층짜리 저층 재건축단지로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 폐지 등 이번 규제 완화의 수혜를 직접적으로 받는다. 얼마 전 11억3000만원에 거래된 전용 72㎡는 2000만원 오른 11억5000만원으로 뛰었으며, 전용 84㎡도 18억5000만원 이상을 불러야 집주인이 매도에 관심을 보인다.
서울 강남 재건축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와 소형주택 공급의무 비율 완화 등 그동안 재건축 시장을 짓눌렀던 '대못'이 뽑히자 집주인들이 매물을 싹 거둬들이고 호가를 계속 높이고 있다. 단지별로 한두 개씩 있던 급매물도 자취를 감췄다.
재건축 사업 진행이 뚜렷한 강남 개포주공단지, 송파 잠실주공5단지, 강동 둔촌주공단지 등은 매매 호가 상승세가 거세다. 며칠 사이에 적게는 1000만원에서 많게는 3000만원 이상 호가가 올랐다.
연초 10억9000만원에 실거래된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는 정책이 발표된 20일 11억1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더니 21일엔 11억2000만원에 계약되며 11억원 선을 회복했다. 지난해 말 조합을 꾸린 만큼 올해 안에 관리처분 신청이 힘들었지만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가 추진된다는 호재를 맞아 가격이 올랐다는 게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김영희 삼보공인 대표는 "집주인이 예고 없이 1000만원 올린다고 해서 계약이 결렬됐는데 다른 매수인이 집을 보지도 않고 사들였다"며 "그나마 매물도 없어 평소 15개 정도 있던 매물이 5개 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전용 82㎡도 얼마 전 12억4000만원에 매매됐지만 지금은 1억원 가까이 올라 13억5000만원 선이다.
김정원 신대치공인 대표는 "작년 말에 양도세 면제 대상인 1주택 매물을 사둔 집주인들을 중심으로 집값을 올리다보니 전화 문의는 많아도 계약은 힘들다"며 "은마는 규제 완화의 수혜를 직접적으로 받지 않지만 재건축 규제가 거의 다 풀려 시장 부활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돼 당분간 강세를 유지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개포 주공단지는 소형 평수는 5억~6억원 수준이어서 실수요자까지 매수에 가세해 집값이 계속 오르는 모양새다. 채은희 개포부동산 대표는 "송파나 분당 등에서 기존 집을 팔고 실거주 목적으로 매수하려는 30대 중반~40대까지 가세해 매도자 우위 시장이 됐다"며 "통상 사업시행인가를 통과하면 재건축 사업 진행이 확실해져 가격이 많이 오르다보니 더 비싸지기 전에 오른 호가에도 계약하려는 수요가 있어 집값이 오른 호가에 맞춰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 재건축 단지별로 오른 호가에 맞춰 간간이 거래가 이뤄지면서 집값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호가에 매매를 서두르거나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 팀장은 "재건축 규제 완화는 사업 속도를 높이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집값이 반등한 단지들은 저점 대비 가격이 오른 상태이므로 실수요자 중심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건축의 부활'을 말하기엔 아직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와 분양가상한제처럼 규제 완화 정책들이 부자 감세 논란에 휘말려 국회 문턱을 넘기까지 진통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 이승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