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아파트 전세금이 76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는 등 대부분 지역에서 전세난을 겪고 있지만 지난해 집값 상승률 1위 세종시는 분위기가 다르다. 분양시장에서 최고 블루칩 지역으로 떠오르면서 분양됐던 물량들이 입주 시기를 맞이하면서 공급이 늘어나는데 수요는 늘지 않으면서 전세금이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공무원들끼리 삼삼오오 짝을 이뤄 전세나 임대를 구하는 세종시의 새로운 풍속도도 전세 수요가 늘지 않는 요인이다.
세입자 부족에 허덕이는 대표적인 단지는 작년 12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1-2생활권 '세종시푸르지오'나 '가재11단지 한신휴플러스'다. 인근 중개업소에서는 이 두 단지의 전용 84㎡형은 당초 전세금 1억7000만~1억8000만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나와 있는 대부분 매물은 1억4000만~1억6000만원 선이다.
두 단지를 합쳐 1300가구가 입주를 시작하자 전세 물건이 시장에 많이 풀려 값이 떨어진 것이다.
작년 12월 보건복지부 등 6개 정부 부처와 10개 소속기관, 3개 국책연구기관이 2단계 이전을 마쳤지만 아직 상당수 공무원이 서울 혹은 수도권에서 통근하고 있어 좀처럼 수요가 늘지 않는 상황이다.
중앙부처 초임 과장급 이하 공무원 중에는 가족과 함께 이주한 사례가 많지만 국장급 이상 공무원들이나 미혼인 공무원 가운데 서울 출퇴근을 고집하는 사람도 여전히 많다.
전세 물량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 새 아파트 전세금이 뚝뚝 떨어지다 보니 첫마을 전세금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세종시에서 맨 처음 조성돼 상가도 많고 살기 편리한 첫마을에서는 작년 말까지만 해도 전용면적 84㎡는 2억원 밑으로 나오는 전세물건이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1억5000만원까지 전세 매물이 나왔다. 인근 H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융자가 있어 인기가 없다 보니 전세금을 낮췄다"며 "12월 입주를 시작한 단지들이 몇 개 있어 전반적으로 전세 시세가 내려가는
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세종시 입주 예정 물량은 1만8000가구를 넘는 것으로 집계돼 세종시 아파트 집주인들은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주변에서 수요층이 유입되지 않는 한 공무원만으로는 당분간 입주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역전세난까지는 아니겠지만 전세금이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우제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