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몰락한 일부 하층 계급의 안식처였던 부산 서구 아미동, 부산항 개항 직후에는 일본인 거류민단이 대거 들어와 이곳에 거주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부산 각지에 흩어져 있던 일본인들의 묘지를 합장하는 장소가 됐다.
이후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피난민들이 부산으로 밀려와 아미동의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하지만 타향살이에 마땅한 주거지가 없었던 피난민들은 일본인 공동묘지에 판잣집을 짓기 시작했다.
이때 일본인의 묘비나 주춧돌은 좋은 건축자재로 활용됐다. 이것이 아미동 일대가 ‘비석마을’로 불리게 된 이유다.
근현대사의 아픔과 산복도로 천마산로의 멋진 조망, 그리고 정겨움이 공존하는 산복도로 산동네 ‘아미골’이 최근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이는 부산시가 아미골 지역조합 3곳과 손 잡고 지난 2012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산복도로 르네상스 아미구역 사업’ 때문이다.
이 사업으로 현재 비석마을 일대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함께 골목 곳곳에 문화의 향기가 코끝을 스미고 있다.
산복도로 르네상스 아미구역 사업의 일환으로 부산시는 사하구 감천문화마을과 인접해 있는 아미동 비석마을을 중심으로 2억원을 투입, 현재 마을지도 제작 및 테마 탐방로 조성공사를 한창 진행중이다.
테마 탐방로가 완공되면 감천문화마을과 함께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 쉴거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비석마을에 새겨진 근·현대사의 아픔을 일반에 알리게 된다.
지난해 10월에는 1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CPTED 범죄예방 보안등 10개소 및 낡고 오래된 주택가 보안등 37개소를 LED보안등으로 교체해 비석마을의 어둡고 음침한 골목길이 밝고 안전한 골목길로 재탄생했다.
또한 아미구역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의 랜드마크가 될 ‘아미문화학습관’은 2월 초 개관을 앞두고 있다. 시비 약 12억원을 들인 아미문화학습관은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지하 1층은 어린이 공부방 및 작은 도서관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 아미 문화학습관(좌)와 기찻집 예술체험장(우) 모습 |
특히 2층에 마련된 최민식 갤러리에는 故 최민식 사진작가의 유품과 현재 국가기록원에 소장중인 1950~1970년대 서민들의 생활상이 담긴 희귀작품들이 전시될 예정이다.
그 밖에 진입로 정비 및 개설사업, 폐·공가를 정비한 ‘까치고개 푸른쉼터 조성’, 마을만들기 거점센터인 ‘기찻집 예술체험장’ 건립으로 마을공동체 복원과 함께 산복도로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 임시수도기념거리 조망쉼터조성 모습(좌)과 옹벽특화사업(남부변전수 옹벽) 모습(우) |
삭막한 산복도로의 높고 지저분한 옹벽 4곳(대티고개, 산정빌라, 부민경로당, 남부변전소 옹벽)에 스토리텔링 기법을 도입한 작품을 그려 넣었다.
특히 이 공간은 낮 동안 축적한 태양광을 이용한 LED 야간조명시설을 설치해 산복도로 탐방객과 주민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에는 임시수도 기념거리 조망쉼터 및 한형석 선생 거택 옹벽 정비 사업을 통해 근대 역사문화 유산과 연계한 사업들을 펼쳤다.
아울러 부민동 주민센터 옥상에 수경재배장치를 활용한 부민하늘농원을 조성해 현재 시험 가동 중에 있으며, 부민하늘농원 협동조합에서 시설물 운영·관리를 맡아 마을공동체 형성은 물론 일자리 창출 및 주민소득 창출을 도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한형석 선생 거택 옹벽정비 모습(좌)과 고분도리카페 모습(우) |
‘고분도리’는 대신동의 옛 지명으로 버드나무 등을 이용해 고리짝을 만드는 사람들의 마을이란 뜻으로, 이 카페는 지상 2층 규모로 1층은 마을카페, 2층은 주민프로그램실로 활용된다.
카페에서 만난 고분도리 협동조합(조합원, 주민) 관계자는 “지난해 6월 카페 개소 후 매월 3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며 “카페는 이미 소득창출과 더불어 마을주민들의 소통의 공간으로 자리잡았다”고 전했다.
지난해 8월에는 마을기업으로 선정돼 5000만원을 지원받아 바리스타 자격증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며, 건물 옥상에 도시농업용 상자를 설치해 주민들에게 ‘도시농업교실’도 운영할 계획이다.
한편, 비석마을에는 총 3개의 지역조합이 활동 중이다.
[매경닷컴 조성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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