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중심으로 전셋값 고공행진이 좀처럼 누그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수도권 지역에서 대규모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실제 통계청의 ‘국내인구 이동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경기도로 전입한 인구는 총 65만명으로 이중 54.4%인 35만4000명이 서울시에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 내 전세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김포, 고양, 파주 등 서울과 가까운 외곽 지역으로 전세난민들이 대거 이동하며 빠져 나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한 매물은 물론 건설사의 직접전세 등이 이들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
국민은행 11월말 현재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전국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상위 10곳 중 3곳을 제외하고 모두 수도권이었다. 과거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리던 경기 김포시, 용인 수지구, 고양시 일산서구 등도 전셋값이 크게 올랐다. 서울 출퇴근이 편리하면서도 수년간 신규공급이 대거 이뤄져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각지에서 전세수요자가 몰리며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건설이 경기 김포시 풍무지구에 한정세대를 전세상품으로 전환해 공급중인 ‘한화꿈에그린월드 유로메트로’의 계약자를 분석한 결과, 전세 계약자의 50% 가량이 영등포구, 강서구, 양천구 등 서울 거주자였다.
롯데건설이 파주 운정신도시에 분양 중인 ‘운정신도시 롯데캐슬’의 경우에도 잔금대출 이자지원 등의 금융혜택을 제공하며 시장 분위기와 부동산 대책에 힘입어 물량 소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주말 견본주택 방문객이 이전 대비 4배 가량 증가했으며 계약자들 역시 20% 이상이 서울권 거주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에서는 대우건설이 송도 국제업무지구(IBD)에 분양 중인 ‘송도 아트윈 푸르지오’는 현재 잔여물량에 대해 분양 납부조건을 완화해주는 ‘내 집 마련 특별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전체 계약자 중 16%가 서울에서의 이주 수요로 나타났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전셋값 상승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으로, 서울지역 거주자들의 탈 서울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주택업계도 시장 분위기에 맞춰 미분양 판촉을 강화하는 한편 기존의 미분양 물량을 전세로 전환하는 등 다양한 지원서비스를 내걸고 수요자들을 손짓하는 만큼, 서울과 인접하고 주거환경이 쾌적한 아파트를 선점하려면 발빠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매경닷컴 이미연 기자 enero20@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