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 사진|강영국 기자 |
시대는 변해도 정신은 남고, 음악도 남는다. 그것이 바로 명곡의 힘이다.
우리네 삶을 관통하며 희망과 위로를 선사한 무수히 많은 명곡들 중, 어쩌면 봄여름가을겨울(김종진 故전태관)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도 마찬가지 아닐까.
봄여름가을겨울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 앨범은 이들의 정규 7집으로 2002년 1월 2일에 발표됐다. 봄여름가을겨울의 최대 히트곡 중 하나이자 당시 국민적인 인기를 끌며 현재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비롯해 ‘세상 사람들이여’ ‘사랑하나봐’와 DAY6가 리메이크 해 화제가 됐던 ‘너는 지금쯤...’ 등 명곡들이 수록된 명반이다.
봄여름가을겨울은 발매 20주년을 맞아 지난 1일 ‘브라보 마이 라이프! 20th Anniversary (2022 MIX)’ 바이닐 앨범을 발매했다. 멤버 김종진은 이번 앨범을 위해 소장하고 있던 20년 전 마스터 테이프를 두 달간 새로 믹싱을 해 바이닐 앨범을 작업했다.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CJ아지트 광흥창에서는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이 호스트로 나서 ‘브라보 마이 라이프’(Bravo My Life!) 20주년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번 작업에 대해 김종진은 "작년 연말부터 기획해 준비했다. 약 1년 정도 걸렸다. 아날로그 감성을 담아 시간여행을 하는 작품을 만들어봤다"고 운을 뗐다. 그는 "지난 7월 1일 발매된 LP 예약판매 때 많은 성원을 보내주셔서 그 때부터 일주일간 아이돌보다 판매차트 1위, 인기순위 1위, 예매처 1위를 점령하며 TV 뉴스에도 '레트로 감성 회귀' '역주행' 등 일종의 문화현상으로 기사가 다뤄져 굉장히 감격했다"고 말했다.
김종진은 또 "11월 1일 박스셋이 발매되는데 LP, 카세트가 합집으로 돼 있다. 우리로서는 아날로그의 추앙물이다. 시간을 뛰어넘는 작품이 어떻게 살아남는가에 대한 증거를 남기고 싶었다. 시간이 지나고도 충분히 가치있는 게 아닌가에 대한 질문을 드리는 작업이었다. 기대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 사진|강영국 기자 |
작업 과정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김종진은 "20년 전 마스터 테이프를 풀어 몇달간 새로 작업한 앨범인데, 깜짝 놀랐다. 20년 전 녹음했던 그 시간으로 돌아가는 놀라운 체험을 했다.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듯한 느낌이었고, 눈을 감으면 청년 전태관 김종진이 스튜디오 안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음악이란 놀라운 힘을 갖고 있는 것이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김종진은 또 "요즘은 메시지를 전하는 음악보다는 상업적인, 산업을 돌아가게 하는 음악요소로 자리잡은 면이 있는데 불과 20년 전에는 좀 더 순수한, 음악 본위의 시대가 있었떤 게 아닌가 돌아보게 됐다"며 "앞으로 그런 음악을 더 만들어보겠다는 투지를 불태우게 됐다"고 작업 과정을 통해 느낀 소회를 덧붙였다.
작업 결과물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김종진은 "이번 작업은 리믹스 작업이었다. 리믹스 작업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DJ 중심의 리믹스가 있고, 또 하나는 비틀즈로부터 시작된 최근의 리믹스가 있는데 그것은 시대탐방의 의미가 크다. 그 시절로 돌아가 어떤 생각을 하면 작업을 했나, 그 사람들의 기행을 그대로 답습해보는 방법"이라고 설명하면서 "우리는 그동안 발전한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엇인가를 반추하는 작업을 했다. 그래서 듣기에는 별로 바뀐 게 없는, 리마스터 작업 정도 아닐까 싶을 수도 있는데 실제로는 엔지니어나 이 작업에 함께한 사람들이나 이 음악에 감명한 찐팬들은 진한 감동을 받을 것"이라 자부했다.
↑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 사진|강영국 기자 |
김종진은 "그래서 이 LP를 다시 낸다고 했을 때, 10년 사이에 완전히 터져버린 LP 시장에, 바이닐 수집가들이 열광해주신 것 같다. 음악이 사라져버리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서 음악 본질에 최선을 다해서 지금까지 현재 존재하지 않는 최고의 음질, 최고의 패키지를 만들어서 제시해드리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김종진은 이번 '브라보 마이 라이프' 20주년을 맞아 자신의 음악 뿌리인 김현식 밴드 시절부터 시작해 아날로그 음악을 대표하는 음악계보 및 연감을 '패밀리트리' 형식으로 제작했다. 패밀리트리 작업을 하게 된 대해 김종진은 "김현식, 유재하, 전태관이 세상을 떠나면서, 나조차도 언제 떠날 지 모르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면서 "살아있는 동안 본인의 고증에 대한 고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글로만 돼 있는 게 아니라 일목요연하게 그림으로 볼 수 있는 그래픽 작업으로 된 패밀리트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패밀리트리 작업은 '기생충', '오징어게임' 포스터를 만든 김상만 감독이 맡아 했다. 김종진은 "한국 최초의 패밀리트리가 나온 데 대해 굉장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져 거대한 패밀리트리가 생기면 좋겠다. 지금은 K팝이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있는데, 그 K팝의 몸통과 뿌리 음악가를 알기를 원한다"는 소망을 더했다.
팬들에겐' 자부심'으로 기억되길 원한다는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 그는 이번 바이닐 프로젝트 '메이크 두 앤 디멘드' 작업을 통해 2집, 5집과 연주 앨범을 LP로 제작해 발매하고 싶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 사진|강영국 기자 |
간담회 말미 김종진은 음악인으로서의 다짐과 소망을 덧붙였다. 김종진은 "나는 소비하는 사람보다 창조하는 사람이 되는 게 목표다. 버려지고 사라지고 쓰레기를 남기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더 많이 들려지고, 그게 원동력이 되어 계속 창조의 원천이 되는
그는 "이건 내 생각이라기보다는 우리 선배 뮤지션들의 삶이 그렇게 전해줬다. 현식이형은 병실에서도 같은 병실 환자들에게 기타 쳐주고 노래 불러줬다"면서 "나도 죽는 순간에도 음악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