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겸 작곡가 김정호가 코로나시대 치매를 모티브로 한 노래를 발표한다. 제공|김정호 |
15일 낮 12시 각 음원사이트에 발매되는 ‘잊으셨나요’는 코로나 사태로 요양원 면회가 장기간 금지되자 치매가 심해진 어머니가 아들을 알아보지 못한 가슴 아픈 사연을 담았다.
‘꽃을 든 남자’ ‘천년지기’ ‘최고 친구’를 작곡한 김정호가 중후하고도 감성적인 목소리로 직접 노래를 불렀다. 기타와 아코디언, 만돌린 세 악기가 빚어내는 애잔함과 어우러져 슬픔과 그리움, 부모 자식간의 사랑을 절절히 녹여냈다.
'낙화유수 부르시던 고운 목소리/ 어디로 사라졌나요/ 솔밭에 산들바람 불어올 적에 무릎베개 해주시던 어머니/ 소슬바람 추울세라 품어주시던 그 가을도 잊으셨나요/ 아, 어머니 이젠 끝인가요/ 왜 날 모르시나요/ 쓰린 가슴 안고 말 못한 채 돌아서서 웁니다/ 어머니, 어머니 사랑합니다'
아픈 가사에는 실제 사연이 담겼다. 가사를 쓴 주인공은 언론인 한명규 씨. 지난 5월 8일 어버이날에 부인과 함께 어머니가 있는 요양원을 찾았다. 코로나로 인해 어차피 면회가 안 되는 줄 알았지만 그리운 마음에 무작정 간 걸음.
결국 건물 밖에서 연결한 영상통화에서 어머니는 아들을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코로나 사태로 얼굴을 마주하지 못한 기간이 길어진 사이 어머니의 기억은 세상 저편으로 사라져 버렸다. 아들은 어릴 적 어머니가 부르던 이름을 거듭 상기시키며 기억을 되살리려 했지만 허사였다. 그 뿐이 아니었다. 용케 며느리를 알아본 어머니는 “네 옆에 있는 저 남자는 누구냐‘고 물었다.
아들의 충격은 컸다. 그날 밤 아들은 아픈 마음을 누르고, 그 옛날 어머니가 즐겨 불렀던 ‘낙화유수’를 떠올리며 어머니와의 어릴 적 추억과 그리운 마음을 백지 위에 써 내려갔다.
김정호 작곡가는 "다음날 우연히 한씨를 만났을때 그 얘기를 듣고 내가 꼭 곡을 만들 싶다고 했다. 그가 건네준 글이 그대로 가사가 됐다"고 '잊으셨나요'의 작곡 배경을 말했다.
김정호는 "요즘 한 두 집 건너면 치매 사연이 나올 정도로 알츠하이머 치매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지 않느냐"면서 "치매가 생겨 요양원에 들어간 노부모는 거기서 남은 생을 보내며 스러져간다. 나 역시 주변에 치매로 인한 사연이 숱하다. 그런 부모를 보는 자식의 그리움, 사랑, 아픔이 가사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며 노랫말에 뺏긴 마음을 표현했다. 이어 "악상이 저절로 떠올라 단숨에 곡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고령화 사회의 대표적 그늘이 된 치매를 모티브로 한 최초의 노래 '잊으셨나요'는 이렇게 세상에 나왔다. 15일 낮 12시 음원사이트를 통해 발매된다.
김정호는 "부모님을 소재로 한 노래들이 흔히 돌아가신 다음에 많이 나온다. 생전에 못한 불효를 후회하는 사연이 대부분"이라며 "'잊으셨나요'는 사회적 문제가 된 치매,
1986년 그룹 영과 영 멤버로 데뷔한 김정호는 이후 작곡가로 주로 활동했다. 아버지의 재능을 물려받은 트로트 가수 김태욱이 아들이다.
[성정은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