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수록 훈훈해지는 착한 오디션 프로그램의 등장이다. ‘사인히어’가 자신만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실력자들과 ‘천사의 편집’으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지난 22일 첫 방송된 MBN 예능프로그램 ‘사인히어’는 힙합 레이블 AOMG가 랩, 보컬, 프로듀싱 등 무한한 음악적 재능으로 대한민국 힙합씬을 이끌어갈 차세대 힙합 아티스트를 뽑는 신(新)개념 프로젝트 프로그램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본선 1라운드 경연 무대가 전파를 탔다. 심사 방식은 지원자들의 무대가 끝나면 AOMG 아티스트들이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것. 특이한 점은 힙합을 좋아하는 시청자들로 구성된 ‘50인의 리스너’ 전체가 모두 사인 버튼을 누를 경우 AOMG 아티스트들의 결정과 상관없이 자동 합격되고, 아무도 사인 버튼을 누르지 않을 경우 자동 탈락된다는 것이다.
첫 번째 지원자는 과거 작곡 서바이벌에서 우승한 옐라디였다. 코드 쿤스트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옐라디의 무대를 보고 “제가 오디션 프로그램을 해봤을 때 첫 번째 나오시는 분들이 부담 때문에 실력을 1/3 밖에 못 보여주시더라. 제가 본 첫 번째 지원자들 중에는 제일 잘해주신 것 같다”라고 칭찬했다. 옐라디는 AOMG 아티스트들의 선택을 받아 첫 번째로 2라운드에 진출했다.
한국인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 외국인 지원자들도 있었다. 먼저 무대에 오른 팀은 외국인 힙합 듀오 파트타임쿡스. 이들은 완성도 높은 무대로 AOMG 아티스트들의 선택을 받아 합격했다. 이어 몽골인 여성 지원자 오양가가 무대에 올랐다. 오양가는 매력적인 목소리로 무대를 꾸몄지만, AOMG 아티스트들의 평가는 갈렸다. 오양가는 결국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다음으로는 독특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소주보이가 등장했다. AOMG 아티스트들과 리스너들은 소주보이의 무대 내내 “너무 좋은데?”라며 감탄을 연발했고, 2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소주보이는 2라운드 진출 직후 무대에서 어머니와 전화 통화를 하는 등 엉뚱한 매력을 드러냈다. 박재범은 소주보이에 대해 “엉뚱하면서 어색하면서 자유분방하면서 파악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라고 미소 지었다.
보컬 라인의 무대도 볼 수 있었다. 감성 보컬 소금은 발음을 뭉개는 독특한 스타일로 노래를 불러 귀를 매료시켰고, 싱어송라이터 니화는 노래, 랩, 프로듀싱이 모두 완성된 무대로 AOMG 아티스트들의 극찬을 받았다. 두 사람은 모두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다.
방송 말미에는 B.A.P 출신 문종업이 등장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는 “B.A.P가 해체돼서 솔로를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소속사를 찾아야 했다”라고 지원 이유를 밝혔다. 리스너들의 주목 속에 무대에 오른 문종업이 다음 방송에서 어떤 무대를 선보일지 기대를 높였다.
이날 방송에서 눈길은 끈 것은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자주 논란이 됐던 ‘악마의 편집’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 ‘사인히어’ 제작진은 지원자들의 스토리에 초점을 맞춰 방송을 끌어가는 방식으로 시청자들이 조금 더 프로그램에 집중할 수 있게 했다. 논란으로 이슈를 만드는 것이 아닌 지원자 그 자체의 담백한 모습을 내보내 보는 이들을 프로그램 안으로 빠져들게 했다.
이와 함께 아티스트들의 친절한 피드백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AOMG 아티스트들은 오양가의 무대가 끝난 뒤 “아직 힙합을 오래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계속 음악을 하신다면 무대에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따뜻한 말을 건네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였다. 또 독특한 캐릭터의 등장에도 개성을 존중해주는 모습으로 훈훈함을 자아냈다.
앞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그레이는 ‘악마의 편집’을 우려하는 시선에 “‘사인히어’에는 천사의 편집이 있다”고 답했다. 또 박재범은 “(힙합 아티스트가) 나올 수 있는 곳이 한 곳이면 식상하지 않나. 판을 크게 벌리려고 한다”라고 프로그램을 통해 힙합씬에 긍정적인 영향을
지원자 개개인을 주목할 수 있게 하는 ‘천사의 편집’과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아티스트들의 결합으로 첫 방송에서 합격점을 받은 ‘사인히어’. 박재범의 바람처럼 ‘사인히어’가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의 새바람을 몰고 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사인히어’는 매주 목요일 오후 9시 30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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