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 연예인으로 살면서 많은 상처를 받았다는 솔비. 사진|강영국 기자 |
(인터뷰①에서 이어) 2017년에 제작한 ‘레드’는 상대적 약자로서 상처받고 있는 여성의 삶을 주제로 여성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유발한 작품이다. 솔비는 지난 2009년 ‘솔비 동영상’이라는 이름의 가짜 동영상이 SNS로 퍼지며 힘든 시간을 겪었다. 그는 ‘레드’를 작업하게 된 이유에 대해 오랜 시간 동안 여자로서, 특히 여자 연예인으로서 안고 살아왔던 상처들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여성 인권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아이돌도 그렇고 배우로 활동하는 분들도 그렇고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걸 밖으로 꺼내기가 힘든 것 같아요. 처음에 ‘레드’를 작업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거든요. 그런데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명확해서 작업을 했죠. 나중에는 연예계에 있는 친구들이 많이 응원을 해주더라고요. 우리가 겪고 있는 상처를 솔직하게 꺼내놨다는 점을 좋게 봐준 것 같아요.”
↑ 솔비는 10년 뒤 세계적인 작가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강영국 기자 |
“대중들이 가수 솔비와 작가 권지안 사이에 간극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아요. 그런 측면에서 ‘로마공주 메이커’를 통해 저를 많이 이해하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중간 과정이 보이지 않고, ‘점프’된 모습에 많은 분들이 놀라지 않을 수 있게요. 몇몇 분들이 가수 솔비와 작가 권지안, 두 개의 자아가 있는 거냐고 물으시는데 더 많아요.(웃음) 엄마 앞에 가면 딸이 되고, 남자친구 앞에서는 또 다른 내가 되는 것처럼요.”
솔비는 향후 작가로서의 활발한 활동을 예고하면서도 ‘로마공주’라는 수식어를 버릴 생각이 없다고 했다. 특히 이 별명 덕분에 이탈리아 항공사의 협찬을 받는 VIP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이탈리아 국적기를 이용할 때, 관계자분이 직접 나오셔서 케어를 해주신다. 편하게 입고 비행기에 탔는데 환대를 해주셔서 되게 얼떨떨했다. ‘더 예쁘게 입고 올걸’이라는 생각도 했지만, 앞에서는 티를 내지 않았다. ‘로마공주’니까”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솔비는 작가 권지안으로서 또 어떤 행보를 계획하고 있을까.
그는 “해외에 있는 아티스트들과 컬래버레이션 계획이 많다”면서 “다른 친구들과 작업하면서 다른 관점도 느끼고 싶고, 더 배우고 싶기도 하다. 제가 하는 작업에는 저만의 철학은 있지만, 미술에 대한 문법들이 없지 않나. 진지하고 어렵지 않게, 대중과 공감할 수 있게 다른 아티스트들과 작업을 많이 해 볼 계획이다
그러면서 솔비는 “10년 후에는 제가 세계적인 작가가 되어 있지 않을까라는 꿈을 조심스럽게 꿔본다. 우리나라 가수들이 해외에서 한국의 명예를 드높이고 있는 만큼, 저 역시도 제 작업을 많이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많은 분들에게 ‘한국에 이런 아티스트가 있다’고 알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눈을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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