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을 가득 안고 들어섰지만, 나올 땐 한숨만 한 가득이다. ‘라라랜드’와 ‘보헤미안 랩소디’를 잇는 또 한 편의 웰 메이드를 기대했지만, 두 영화의 단점만 극대화시킨 부담스러운 짬뽕 뮤지컬 영화의 탄생이다. 전설 ‘엘튼 존’을 다룬 ‘로켓맨’을 두고 하는 말이다.
영화는 ‘팝의 아이콘’이자 실존 인물인 엘튼 존의 화려했던 전성기를 비롯해 스타로서 겪었던 고뇌와 내적 갈등까지 그의 삶을 입체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실제로 엘튼 존은 팝의 아이콘이자 전세계 3억 5천만장 앨범 판매, 80개국 3,500회 공연, 그래미 어워즈 5회 수상 등 음악 역사에 길이 남을 상상을 초월하는 경이로운 기록들을 세운 인물. 비틀즈, 퀸, 마이클 잭슨과 함께 세계적인 가수로 꼽히며 1969년 데뷔 이래 약 50여년동안 남다른 음악 행보로 전 세계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한국인이 사랑하는 팝송 100선 내 항상 선정되며 빛나는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영화 속에는 엘튼 존에게 의미 깊은 모든 공간들이 녹아 있다. 그가 레지널드 드와이트로 활동했던 런던의 술집 공연장부터 LA의 트루바두르, 인생 최고의 공연으로 꼽히는 다저스 스타디움, 70년대 뉴욕의 나이트클럽 등 다양한 컨셉의 공간들이 창조돼 볼거리를 더한다.
여기에 천재적인 음악성과 독보적인 노래로 세상을 뒤흔든 그의 히트곡들과 화려한 퍼포먼스가 끝없이 펼쳐진다. 그의 상처를 중심으로 일대기를 담은 스토리 역시 영화에 대한 배우들과 감독의 애정과 진정성이 느껴진다.
다만 그 진심 의도와는 별개로 영화는 소위 음악 영화로서의 미덕을, 파워풀한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뮤지컬 넘버로 변주된 각종 장면들은 지나치게 유치하고 원곡의 색깔과 잘 어울리지도 않는다. 게다가 이것을 스토리텔링에 입힌 시도 역시 썩 조화롭게 와 닿지 않은 채 이야기와 음악은 따로 논다.
다소 복고적이고 유치하더라도 퍼포먼스로 커버하거나, 다소 불편한 장면이 있더라도 명곡의 힘으로 이를 메꿨다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뮤지컬 영화로서의 장점도, 다큐 영화로서의 몰입갑도, 음악 영화로서의 중독성 있는 무엇도 뚜렷하게 남는 게 없다.
그러다 보니 배우의 명연기에도 불구하고, 그와 함께 울 수도 웃을 수도 짜릿하게 무대를 즐길 수도 없다. 공감과 몰입이 너무나도 힘들다. 그래서인지 에저튼의 혼신을 다한 열연이 더욱 더 안쓰럽게 느껴진다. 빼어난 노래 실력은 물론 무한한 카리스마와 매력으로 엄청난 에너지를 발휘하지만 그것을 담고 있는 그릇의 한계로 인해 제
결정적으로 영화가 끝난 뒤 ‘엘튼 존’에 대한, 그의 음악에 대한 궁금증과 욕구는 오히려 줄어든다. 갖가지 좋은 양념과 화려한 도구들을 사용했지만 음악 영화가 갖춰야할 가장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지 못한 게 패착이다. 오는 6월 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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