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Y캐슬’에서 배우 오나라가 연기한 ‘진진희’는 패리스 힐튼형 엄마였다. 사진ㅣ유용석 기자 |
드라마 ‘SKY 캐슬’ 종영 후에도 오나라(45)는 바쁘다. 이곳저곳에서 부르는 곳이 많다. 예능 프로그램 ‘아는 형님’에 나가 22년 만에 치어리딩도 했고, 길고 탐스러운 머릿결 덕분에 원하던 샴푸 광고도 찍었다.
최근 서울 양재동의 한 카페에서 스타투데이와 만난 오나라는 “제 머리 좀 만져보실래요?”라며 “제 머릿결을 보고 광고주들이 찾아주면 좋겠다 싶었는데 꿈을 이루게 됐다”며 털털하게 웃었다.
1997년 뮤지컬 ‘심청’으로 데뷔한 오나라는 뮤지컬계에선 톱클래스였지만, 드라마와 영화에서는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주로 활동했다.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맨투맨’ ‘품위있는 그녀’ ‘나의 아저씨’에서 보여준 그의 연기는 강렬했고 독보적이었다. ‘요즘 대박 드라마엔 오나라가 꼭 나온다’는 얘기가 나올 만도 했다.
지난 1일 종영한 ‘SKY 캐슬’ 출연 후 오나라는 10대 팬들도 아는 전 국민적 스타가 됐다. ‘찐찐’이라는 애칭까지 얻으며 물 만난 고기처럼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비지상파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한 ‘SKY 캐슬’에서 탁구공처럼 통통 튀는 여자 ‘진진희’를 연기한 배우 오나라를 만났다.
↑ 오나라는 극중 남편 조재윤(우양우) 덕분에 생겨난 ‘찐찐’ 애칭은 “신의 한수였다”고 말했다. 사진ㅣ유용석 기자 |
아직 끝난 것 같지 않다. 끝남과 동시에 많이들 궁금해하시고, 여기저기서 부르는 곳이 많다. 예능 프로에도 나갔고, 샴푸광고도 찍는다.
Q. 며칠째 인터뷰 강행군인데도 유쾌하고 에너지가 넘친다. 지치지 않는 무한 에너지의 근원은 어딘가.
여러분들이 주는 사랑이다. 밥 안 먹어도 배부르다. 여러분이 다 예뻐보인다. 그런 증상까지 와버렸다.(웃음)
Q. 실제로 봐도 ‘오나라’인지 ‘진진희’인지 구분이 잘 안된다.
‘진진희’는 절 많이 녹여낸 캐릭터였다. 밝음이 닮았다. 모르면 모른다고 하는, 무식하지만 무식하다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과 당당함이 있다. 나와 닮은 점이다. 다른 점은 줏대가 있다는 것. 어디 가서 이간질 하고 그런 사람은 아니다.(웃음) ‘진진희’ 모습에 제 모습을 많이 녹여냈다. 그래서 애드립도 많이 했다.
Q. 어떤 애드립?
너무 많다. 애드립을 하고자 해서 시작했는데 마음껏 놀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시더라. 작가님이 써주신 대사를 다 하되 플러스 알파를 추가했다. 쫑파티 때 작가님 뵙기 민망해서 여기저기 배회하다 들어갔는데, 작가님이 ‘잘 표현해줘서 고맙다’고 해서 너무 죄송하고도 감사했다.
Q. 지금 이 순간에도 패러디가 되고 있는, ‘어마마?’도 애드립이었나.
대본에는 ‘어마마마마마’였다. 근데, 생각해보니 ‘진진희’는 성격이 급하니까 그걸 다 말하기 어렵겠더라. 뒤가 점점 줄어들어 ‘어마마’가 됐다.(웃음)
Q. 해피엔딩이었지만, 드라마 결말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저희 배우들은 해피엔딩을 바라고 있었다. ‘한서진’(염정아 분)이 불행해지면 모두가 불행해지고 파국으로 치닫는다. 해피엔딩에 대한 배우들의 의견을 그래서 적극 알렸고, 작가님도 해피엔딩을 위해 달려왔다고 한다. 많이들 아쉬워하지만 불행해지는 것보단 행복해지는 게 낫다고 본다.
Q. ‘진진희’는 패리슨 힐튼형 엄마였다. ‘캐슬’ 안 다른 엄마들과는 좀 달랐는데.
안 그래도 저희만 ‘장르가 다른가요?’ 했다. 저만 오버하고 신났다. ‘감독님, 이게 맞나요? 같은 드라마 맞나요?’ 했는데, ‘믿고 따라와달라’고 하시더라. 1, 2부를 보고나니 이해가 되더라. 심각한 캐슬 안에서 저희 집 만큼은 숨구멍 역할을 하더라. 감독님 믿음 아래 열심히 재미있게 놀았다.
Q. 여배우 4명 중 의상이 가장 화려했다.
‘비비드한 원색이 잘 어울리는’이라는 시놉시스에서 출발했다. 호피, 퍼를 많이 활용했다. 감독님이 쏴~하고 퐈~하고 샤~한 느낌을 원하신다고 하더라. 그게 무슨 말인지를 한참 고민했다.(웃음) 하루는 호피 무늬에 이~만한 면도칼 펜던트가 달린 옷을 입고 갔더니 감독님이 ‘바로 그거!’라고 하시더라.
Q. 출발은 초라했는데, 비지상파 역대 시청률 1위를 갈아치우면서 흥행했다. 예감 했나.
1화부터 대박 날 것 같았다. 1부를 보는데 말로 표현이 안되더라. ‘너무 멋있다. 이건 터졌다’ 생각했다. 내가 재미있으면 다른 사람들도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다. 15% 이상 올라가면서는 수치에 연연해하지 않았다. 이렇게 훌륭한 작품에 누가 되지 않게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게 중요했다. 거기에만 몰두했다.
Q. 이번에도 그랬지만, 전작 ‘나의 아저씨’에서도 정희 캐릭터로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그때와는 너무 다른 캐릭터였다.
‘정희’는 연기하고 나서 꽤 오랫동안 빠져나오기 힘들었다. 한 5개월간 빠져나오기 힘들어하다 우연히 ‘SKY캐슬’ 대본을 보고 심플하고 간결한 게 좋았다. 극에 활력을 주는 감초 역할이었다. ‘정희’와 반대되는 인물이어서 매력을 느낀 것 같다. 안했더라면 큰일 날 뻔 했다.
Q. ‘품위녀’ ‘나의 아저씨’ 등 요즘 대박 드라마엔 오나라가 꼭 있다는 말이 있다.
훌륭한 작품들이 찾아와줬다. 운이 좋은 것 같다. 그간 많은 사랑을 받아 행복했는데 이번 드라마로 정점을 찍었다.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느낌이다. 차기작에 대한 부담감이 조금씩 몰려오기 시작한다. 사실, ‘품위녀’ 스코어를 넘기는 게 미안할 정도였다. ‘품위녀’ 단톡방이 아직도 있는데 ‘언니가 잘돼서 좋아’란 얘길 들으니 울컥하더라. ‘정희’를 사랑해줬던 팬들은 아쉬워한다. ‘나의 정희가 사라진 것 같아 속상하다’고 할 땐 죄송하기도 하다. 위로해드린다.(웃음)
Q. 얄미운 캐릭터였는데, 오나라가 연기해서 비호감은 아니었다는 반응이 많다.
얄미워야 할 땐 철저히 얄미워야 한다. 수위를 낮춰서 덜 얄밉게 한다는 건 프로가 아니라 생각한다. 그래도 연기자는 사랑 받고 싶은 본성이 있지 않나. ‘왜 이간질하고 사람들 마음을 아프게 할까?’ 속상했는데, 한 방에 녹여주는 신이 있더라. 아들 ‘수한’(이유진 분)을 안고 ‘엄마도 잘 몰라서 그래. 엄마도 처음이라서 그래’라고 말하는 장면이었다. 그때부터 진진희 성격이 설명되기 시작했다. 캐릭터가 구축이 되면서 귀여움이 동반되기 시작했다.
Q. ‘찐찐’이란 애칭을 그래서 남편으로 출연한 조재윤 씨(우양우 역)가 붙여준 건가.
조재윤 씨가 워낙 선 굵은 연기를 많이 해서 까칠할 것 같은 선입견이 있었다. 근데 너무 스윗한 사람이더라. 절 본 순간부터 ‘예쁘다’ ‘귀엽다’를 입에 달고 살았다. 자연스럽게 애정선이 생기면서 굉장히 귀여운 부부가 저절로 만들어졌다. ‘찐찐’ 애칭도 신의 한수였다고 생각한다. 애칭이 생기면서 관계가 생기기 시작한 거다. 사랑이 가득한 가정이구나, 자연스럽게 알게 된 거다.
Q. 미혼인데 중학생 아들을 둔 엄마 역할은 어렵지 않았나.
고민이 컸다. ‘엄마 흉내만 내면 어떡하지?’ 했다. 유진이를 마주한 순간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 드라마가 방송 데뷔였는데, 배우 같지 않은 순수한 눈망울을 갖고 민간인 자체로 왔더라. 조미료 하나 안 치고 온 모습이 저를 끓게 만들더라. 매주 키가 자라서 드라마 하면서 10cm나 컸고 그 몇 개월 사이 수염도 자랐고 변성기도 왔다. 내가 ‘이 아이를 키우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더라. ‘엄마는 너 없으면 죽어’라는 대사가 자연스럽게 튀어 나왔다.
Q. 상위 0.1% 명문가 사모님들의 자녀교육을 풍자적으로 그린 작품인 만큼 엄마 4명이 주인공이었다. 오랜만에 여배우들이 중심이 된 드라마였다.
여자들이 주를 이루는 작품이 흔치 않아서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이런 작품이 생기는 것에 대한 반가움이 있다. 40대 여배우들 설 자리가 많아지겠구나 싶기도 했다. 오나라 밑에 주연이라는 멋있는 단어가 생겼지만 제가 주연이라 생각 안하고 연기했다. 여배우들끼리 역할 분담을 너무 잘한 것 같다. 나중엔 4명이 모여야 온전히 안정감 느껴지더라. 넷이 모이는 신이 간절히 그리웠고, 우리끼리 ‘늘 보고 싶다’를 외쳤다.
Q. 미모에 대한 얘기도 많았다.
많은 분들이 지금이 리즈 시절이라고 하더라. 예쁘다 예쁘다 하니 다이어트를 안 할 수가 없다. 미모를 가꾸게 되고. 매일 아침에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체중계에 올라가는 거다. 요즘 그 여배우들만 한다는 다이어트를 다 하고 있다.(웃음)
Q. 미모도 정점인데, 지금이 자신에게 온 몇 번째 전성기라 생각하나.
뮤지컬 할 때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서 어깨가 올라갔던 적 있었다. 그리고 ‘나의 아저씨’ 하면서 ‘이건 뭐지?’ 했다. 세 번째인가 보다. 작품 끝나고 저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오랫동안 연기하는 게 꿈이다. 일흔까지 그 길을 가기 위해서는 저를 자제시키는 것, 주인공 병 들지 않는 것, 타이틀에 상관 없이 인간 오나라, 여배우 오나라로 꾸준히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Q. 관계자들 사이에서 오나라는 ‘디테일하게 연기를 잘한다’는 칭찬이 많다.
갑자기 눈물나려고 한다. 작품마다 최선을 다하지 않은 적이 없다. 쌓이고 쌓여서 지금까지 온 것 같다. 감독님 미팅 하러 가면 상상도 못한 한 장면을 얘기한다. 난 기억도 못하는. 김원석, 조현탁 감독도 그랬고, 영화 ‘피고인’ 감독도 그랬다. 많은 감독님들이 어떤 작품의 한 신, 생각나지도 않는 대사를 얘기한다. 배우는 어느 작품이든 어떤 신이든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게 맞다. 성실히 해온 결과물이다.
Q. 그 감독님들이 어떤 장면을 짚었나.
‘SKY캐슬’의 조현탁 감독님은 드라마 ‘유나의 거리’(2014) 중 한 신을 말씀하셨다. ‘신기하게 오나라에게 카메라가 가면 활어처럼 뛰어다닌다. 그게 너무 싱그럽고 활기차고 살아있는 느낌이 든다’고 하셨다. ‘나의 아저씨’의 김원석 감독님은 ‘용팔이’(2015) 속 한 장면을 보고 ‘연젠가 꼭 한 번 연기해보고 싶었다’고 하시더라. 수간호사 역할이었는데 엑스레이 장면 하나를 보고 그렇게 생각하셨다고 한다. 참 신기하다.
Q. 이번 드라마가 주는 메시지는 뭐였다고 생각하나.
정답을 드리는 드라마는 아니었다 가장 보람을 느끼는 반응 중 하나는 내 아이를 사랑으로 바라보고, 안아주고, 진심으로 바라봐주는 눈이 생겼다는 얘기들이었다. 이 정도라면 절반의 성공은 했다고 본다.
Q. 팬들이 이전보다 확 늘지 않았나.
그것마저도 감사하다. 누릴 수 있을 때 누려야지. 인스타 팔로어수가 늘면서 댓글을 하루 1000명에게 달아주고 있다. 한분 한분 모두에게 ‘좋아요’를 누른다. 저는 기뻐서 하고 있다. 하나도 힘들지 않다. 손가락이 펄펄 날아다닌다. 주신 사랑에 보답해드리는 것이다. 사진도 최선을 다해 찍어주는 것, 밝게 맞아주는 것, 가장 중요한 건 최선을 다해 연기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다.
Q. 남자친구(김도훈)도 다시 주목받았다. 실검 1위를 기록하기도 했는데.
더 잘생긴 사진도 많은데... 못생겼을 때 사진 올라온다고 속상해했다. 어찌 보면 너무 갑작스런 관심을 받아 몸도 안 좋아지고 어제는 좀비가 돼서 왔더라.
Q. 20년간 열애 중인데 권태기는 없었나. 비결은 뭔가.
아픔을 함께 극복해나간 게 극복법이다. 질리지 않더라. 웃음코드가 맞다. 서로 웃기는 걸 너무 좋아한다. ‘오늘 우리 오빠를 웃게 해 줄거야’가 하루의 목표다. 또, 결혼을 한 게 아니니까 흔히 말하는 시댁 스트레스 같은 건 없다. 지금까지 많은 작품에서 수 많은 남자들과 입술 박치기를 했는데, 늘 더 살갑게 하라고 응원해줬다. 질투나 그런 건 전혀 없다. 이번에도 조재윤 오빠와 부부 호흡을 많이 응원해줬다.
Q. 결혼 생각은 없나.
비혼주의자는 아닌데 결혼하려고 하면 무슨 일이 생기고, 결혼하려고 하면 작품에 들어가고, 아니면 외국에 갈 일이 생기고. 그래서 미루고 미루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Q. 차기작은.
지금까지 (작품이) 찾아와줬다면, 이젠 찾아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았나 싶다. 뮤지컬 했을 땐 주연 욕심이 있었다. 이쪽(드라마) 넘어와서는 주인공이 밤을 꼴딱 지새우면서 엄청난 대본량을 소화하는 걸 보고 질려버렸다. ‘나라면 정말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언제부터 오나라 옆에 주인공 수식어가 붙었나. 앞으로도 주·조연 생각하지 않고 내가 재미있고 잘할 수 있는 걸 할 거다. 내가 연기하면서 행복해야 보는 사람도 행복하니까.
Q. 하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는 있나.
지금 시점엔 멜로 연기다. 로맨틱 멜로가 아닌 정통 멜로. 사람들이 지금이 리즈 시절이라고 하니까 가장 예쁠 때 하고 싶다.(웃음) 저는 연기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다. 내가 잘하는 걸 잘할 뿐이다. 꽂히는 작품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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