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가 때 아닌 ’빚투’(빚+미투를 합성한 누리꾼 신조어) 폭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공교롭게도 피해 사례 모두 가수 당사자 아닌 부모의 과거 채무 불이행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자식들의 신중하지 못한 대응이 일을 키우는 형국이다.
◆마이크로닷→도끼→비, 미투 이어 ’빚투’ 몸살 연예계
시작은 래퍼 마이크로닷이었다. 마이크로닷은 그의 부모가 약 20년 전 20억 원에 달하는 채무를 지고 뉴질랜드에 야반도주를 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의혹이 불거진 직후 마이크로닷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으나, 당시 피해자들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피해 사실을 고백하고 사기 혐의 피소 사실이 확인되면서 수세에 몰렸고, 결국 "이번 일로 인해 상처 입으신 분들과 가족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 전하며, 문제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마이크로닷은 그의 부모가 경찰 및 피해자의 접촉 시도에 여전히 응하지 않음에 따라 뿔난 여론을 잠재우지 못했고 결국 활동을 공식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도끼는 SNS 라이브를 통해 "마이크로닷과 엮지 말라"며 "어머니는 사기 친 적 없고 법적 절차를 받은 것이다. 돈은 저에게 오면 갚아드리겠다. 그 돈은 내 한 달 밥 값 밖에 안되는 돈이다. 저는 몰랐던 일이다. 잠적한 적 없고 사기 친 적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끼의 입장 표명에 대해 누리꾼들은 "무례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누리꾼들은 "당신에게는 1천만원이 아무렇지 않은 돈일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생사를 가를 수 있는 엄청난 돈" "어머니가 갚지 않은 것은 사실인데 너무 오만한 태도다"라며 비판했다다. 이는 도끼에 대한 세무조사를 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다행히 도끼는 빚 문제를 해결했다. 도끼는 이날 오후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을 통해 "2002년에 부모님이 운영하시던 레스토랑이 광우병 루머로 경영난을 겪어 16년 전 파산하게 됐다. 1000만원의 채무는 직원들의 월급을 지급하기 위함이었으며, 기사가 터진 뒤에야 이 같은 채무 사실을 저는 알게 됐다"면서 "어젯밤 이후 피해자 분과 연락이 닿아서 서로 오해했던 부분들을 풀었고 아들로서 도의적인 책임을 안고 피해자 분에게 변제하기로 했으며 최종적으로 오늘 원만히 합의하게 됐다. 걱정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글쓴이는 "30년이 지나 환갑이 넘으신 부모님께서는 그동안 비에게 편지도 쓰고 연락을 취하려고 노력하셨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도 감감무소식에 돈을 갚겠다는 얘기도 없고 현금 포함 약 2500만원 가량을 갚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기로 번 돈으로 자신들은 떵떵거리면서 tv에서 웃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피해자들은 억울함으로 눈물을 흘리면서 평생을 힘겹게 살고 있다. 부디 여러분이 이 글을 통해 여러 피해자분들에게 공감하여 그들이 더 이상 눈물 흘리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수 비의 부모를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같은 누리꾼이 제기한 것으로 추정되는 청원이다.
청원자는 “최근에 마이크로닷 부모 사건이 굉장히 논란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도끼 또한 어머니의 채무 불이행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다. 이렇게 논란이 커져 그들이 응당한 대가를 치르도록 여론이 모아지는 이유는 피해자들이 아픈 기억을 용기내어 밝혔기 때문이다. 우리 부모님도 그런 아픈 일을 당한 피해자다. 이번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어 말을 하는 것을 보고 나도 그들에게 공감해 이 글을 쓴다”고 운을 뗀 뒤 같은 사연을 공개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비 측은 이와 관련해 "사실 확인 후 공식입장을 밝히겠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드러냈다. 고인이 된 비의 어머니와도 관계라 문제라 더욱 조심스러웠던 것. 이후 비의 아버지가 글을 올린 피해자를 직접 만나 사태 해결 방안을 찾고 있다.
◆빚? 보다 해명 태도가 더 문제
마이크로닷에서 도끼, 비로 이어지는 일련의 가요계 ’빚투’ 폭로에서 누리꾼들을 불편하게 한 것은 엄밀히 말해 빚 자체가 아니다. 이를 둘러싼 성의 없는 해명이 화를 불렀다.
다수 누리꾼들은 빚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이후 경제적으로 성공을 거뒀음에도 갚지 않은 부분, 나아가 엄연한 ’피해자’의 폭로에 대응하는 자식들의 방식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마이크로닷의 경우 사실무근이라고 잡아떼기 무섭게 피해자들의 증언이 이어졌고, 게다가 마이크로닷과 형 산체스가 부모의 빚을 알고 있었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처음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마이크로닷에 대해 일었던 정은 깨끗이 사라졌다. 결국 방송을 모두 중단한 마이크로닷은 복귀 자체가 불투명하다.
’자수성가의 아이콘’ 도끼도 호감을 무너뜨렸다. 특히 피해자에게는 큰 돈일 수 있는 금액을 한달 밥값
실제로 자식에게 부모의 채무를 갚을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부모의 채무 불이행이라는 엄연한 잘못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오히려 논란을 키우고 화를 부른 셈이다. ’말 한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을 되새겨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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