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면 속에는 많은 것이 담겨있습니다. 주인공, 그를 받쳐주는 다른 인물, 의미를 담고 있는 물건, 분위기를 설명해주는 빛과 그림자 까지 있죠. ‘안윤지의 PICK터뷰’에서 한 씬(scene)을 가장 빛나게 만든 주인공의 모든 걸 들려 드릴게요. <편집자주>
[MBN스타 안윤지 기자] 단 한 컷이었다. 영화 ‘창궐’ 속에서 배우 한지은은 멀리서 봤을 때 굉장히 단아하게 한복을 입고 앉아있었다. 그러나 가까이서 봤을 땐 남편과 나라를 잃은 슬픔을 지닌 모습이었다. 이 장면으로 관객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 한지은이 최근 MBN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HB엔터테인먼트 |
◇ 한지은의 경빈
지난 10월 25일 개봉한 영화 ‘창궐’은 야귀떼와 싸우며 조선을 구하려는 이청(현빈 분)과 새 나라를 세우려는 김자준(장동건 분)의 대립을 그렸다. 한지은은 극 중 경빈 역으로, 이청 형의 아내다. 그는 수년간 궁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으로 정도를 아는 것과 동시에 이청을 조선으로 돌아오게 만든 키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주변 인물이다. 그러나 그중에서 중심을 많이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영화 속에서) 조선은 야귀도 있고 어수선하고 급박하다. 이 안에서 도망가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 나라를 떠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간 한지은은 tvN ‘백일의 낭군님’에서 보인 애월 역처럼 밝고, 명랑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 ‘창궐’에서는 강단 있고 무게감 역할을 보이며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주변 사람들도 나에게 새로운 모습을 봤다고 하더라. 늘 밝고 화려한 역할로만 해오다가 ‘창궐’처럼 무게감있고 지고지순한 역할은 처음이기에 나도 색달랐다. 실제 내 성격은 ‘백일의 낭군님’ 속 애월과 같다. 털털하고 솔직하다.”
한지은은 ‘백일의 낭군님’과 ‘창궐’로 인해 2018년을 한복으로 보냈다. 몸은 현대를 살아가고 있을테지만 정신은 다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법했다.
“‘창궐’은 작년 10월부터 2월 중순까지 촬영했으며 ‘백일의 낭군님’은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촬영했다. 둘 다 고생해서 찍었고, 너무 어려웠다. 근 1년 동안 한복을 입고 생활하니까 여름에는 너무 힘들었지만, 겨울엔 남들보다 따뜻하게 보냈다. 반면 현대물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절실했다. (웃음) 처음엔 책임감이 컸지만, 나중엔 (사극에 대해) 매력을 느꼈다.”
↑ ‘창궐’ 한지은 사진=NEW |
◇ PICK-SCENE ‘창궐’·‘백일의 낭군님’
‘창궐’에서 명장면을 꼽으라고 하면 단연 혼자 야귀떼와 싸우던 이청을 돕기 위해 백성들이 몰려 나오는 부분이다. 한지은 또한 이 장면을 꼽으면서 아직까지 그 씬을 촬영하던 장면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 장면에서의 감정은 ‘이제 끝났다’ 이다. 당시 드론으로 촬영했을 때 굉장히 인상 깊었다. 경빈으로도 안심이 됐지만, 한지은으로도 안심이 됐다. 마치 영화 속 상황이 내 실제 상황처럼 느껴진 것이다. 영화를 보는 데도 그 장면이 와닿았다.”
한편 지난달 30일 종영한 ‘백일의 낭군님’에서는 어떤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을까. 그는 구돌(김기두 분)이 끝녀(이민지 분)에게 맞는 씬이라고 말했다. 한지은은 회상하는 순간에도 웃음을 참지 못해 한참을 폭소했다.
“구돌(김기두 분)와 끝녀가 벽보를 보고 있는데 글을 못 읽고 있어서 애월이 알려준다. 근데 그때 애월이 기녀이다 보니 화려하게 치장하고 있었다. 그래서 구돌이 나를 보자마자 ‘선녀인가’라고 말한다. 그때 애드리브로, 끝녀가 구돌의 뺨을 때린다. 현장에서 그 소리가 너무 컸다. 근데 그 상황 자체가 너무 웃겼다.”
‘백일의 낭군님’은 종영 전까지 시청률 10%가 넘어가며 역대 tvN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에 ‘백일의 낭군님’ 팀은 12월 포상휴가까지 가게 됐다.
“너무 감사했고, 이거 안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이 들더라. 본격적으로 했던 드라마가 이렇게 사랑을 받으니 행복했다. 너무 기분이 좋고, 감사하고, 애정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매일 시청률을 찾아보고 주변 배우랑 드라마와 ‘창궐’도 검색하고 그랬다.”
↑ ‘창궐’ 한지은 사진=NEW |
◇ 한지은의 인생 PICK
한지은은 최근 얼굴을 알리기 시작해, 신인 배우인 줄 알았겠지만 이미 지난 2010년에 데뷔한 오래된 배우였다. 그는 자신의 배우 인생을 돌아봤을 때를 회상했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지금,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영화 ‘리얼’ 출연 당시였다고 전했다.
“매 순간이 행복하지만 요즘이 가장 행복했다. ‘창궐’ 시사회를 하면서 돌아다녔는데 밖에서 누가 나를 보며 ‘애월이 언니!’라고 하더라. 이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나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생겨서 좋았다. 영화 ‘리얼’을 할 때는 많이 힘들었다. 처음으로 누군가의 도마 위에 올라갈 수 있는 작품을 만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과가 너무 안 좋아서 힘들고 속상했다. 하지만 작품의 결과가 그렇다고 해서 영화를 함께 한 사람들이 영화가 안되기 위해서 만든건 아니지 않나. 위로를 받으며 힘을 냈다.”
끝으로 한지은은 가장 잊지 못할 순간으로 영화 ‘수상한 그녀’에 합격했을 당시를 꼽았다. 그는 이때를 잊을 수도, 잊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수상한 그녀’를 정말 잊을 수가 없다. 내가 회사가 없어서 프로필을 돌리고 단역하고 오디션 기회 조차 없을 때가 있었다. 그때 정말 작품을 하나도 못 하고 아르바이트만 했었다. 그런데 그때 작품을 알게 되신 분이 연락을 주셔서 ‘수상한 그녀’를 같이
현재 그녀는 채널A ‘열두밤’과 더불어 오는 12월 영화 ‘도어락’에도 출연한다. ‘백일의 낭군님’과 ‘창궐’에서 빛이 났던 것처럼 그는 또 다시 빛날 예정이다. 안윤지 기자 gnpsk13@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