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늑대의 유혹`으로 스타덤에 오른 뒤, 스스로 갇혀지냈다는 강동원. 제공 I YG엔터테인먼트 |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렇게까지 했나 싶어요. 그 정도로 고립돼 내 안으로 숨을 필요는 없었는데…급작스러운 관심과 인기에 ‘거품’이라는 걸 스스로 너무나 잘 알아서 오히려 더 시니컬해졌던 것 같아요. 나이가 들고 보니 다시 올 날도 아닌데…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더 즐겁게 보낼 걸 하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모델로 활동한 뒤 ‘늑대의 유혹’으로 배우로 데뷔하자마자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빼어난 비주얼로 대한민국 여심을 사로잡더니, 도전적이고도 비범한 작품 선택으로 줄곧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신비주의’ ‘원조 꽃미남’ ‘톱스타’ 등 각종 화려한 수식어 속에서 이제는 보다 인간적인, 조금은 더 깊이 있는, 자신만의 짙은 향기를 내기 시작한 배우 강동원(37)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1987’에 이어 올 설 연휴 ‘골든 슬럼버’로 연이어 관객들을 찾는 그는 진정 쉴 틈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치진 않는 지 물었더니, 오히려 즐겁단다. 새로운 시도, 다양한 도전으로 관객들을 계속 만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배우로 데뷔 전 모델 일을 할 때는 사실 힘들었어요. 친구들은 모두 공부를 하고 저마다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있는데 저는 불투명 했으니까요. 스스로는 뭔가 알 수 없는 확신, 자신감이 있었지만 주변에서는 모두 ‘헛짓거리 한다. 정신차려라’라며 우려를 많이 했죠. ‘정말 시간 낭비이면 어쩌나’, ‘뒤처지면 어쩌나’ ‘주변에서는 왜 날 안 믿어줄까’ 하는 생각에 두려움도,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배우 데뷔는 너무나도 성공적이었다. 영화 ‘늑대의 유혹’으로 스타덤에 오른 그는 순식간에 충무로의 가장 핫한 신예로 떠올랐다. 주변의 우려에 보란 듯이 성공한 셈이다. “뿌듯함과 희열이 있었을 것 같다”고 물으니, “너무나 거품이란 걸 스스로 알아서 그런지 오히려 굉장히 시니컬해지고 내 안으로 숨어들었다. 모든 게 부담스럽고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 자연스럽고 행복하게 나이 들고 싶다는 강동원. 제공 I YG엔터테인먼트 |
그의 이 같은 경직됨은 20대 후반에야 조금씩 풀어지기 시작했단다. 그는 “현장 스태프와 감독님, 선배 동료들 점점 아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그 안에서 조금씩 소속감 같은 걸 느끼게 되고 내 직업에 대한 애정도 더 커지고, 인간적인 교감도 생기면서 나를 옥죄는 긴장감이 조금은 풀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조금 내가 뭘 해야 할 지, 어떻게 배우 생활을 해야 할 지에 대해 조금은 가치관이 정립된 것도 같다. 나를 비롯해 내 주변사람들 그리고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이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걸 보며 나아가면 될 것 같다. 그렇게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끝으로 ‘나이 들어감’에 대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싶다. 젊은 시절 나를 제대로 아껴주진 못한 것 같은데 나이가 들어가는 내 모습을 이제는 좋게 받아들이려고 한다”며 미소 지었다.
“배우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자연스럽게 나이를 드는 건 좋은 일 같아요. 사실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얼굴을 보면 상당 부분은 알 수 있잖아요. 좋은 생각, 주변과의 관계, 행복을 느끼면서 사시는 분들은 나이가 들수록 더 ‘아름다워’지는 것 같아요. 저 역시 그렇게 늙고 싶어요.”
한편, ’골든슬럼버’는 광화문에서 벌어진 대통령 후보 암살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한 남자의 도주극을 그린다.
2008년 발간된 이사카 코타로의 동명 소설, 그리고 2010년 개봉한 일본 영화를 리메이크한 추적 스릴러로 몰아치는 경찰
강동원, 김의성, 김성균, 김대명, 한효주, 윤계상 등이 가세했고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세번째 시선’ ’마이 제너레이션’의 노동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1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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