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에이핑크가 연일 화제의 뉴스 보도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어느덧 ‘중고참’ 반열에 든 걸그룹으로 어느 때보다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에이핑크의 발목을 잡고 늘어진 건 다름아닌 ‘테러 협박’이다.
“폭발물을 설치했다.”
허무맹랑해 보이지만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신고 전화가 에이핑크의 스케줄 곳곳을 따라다니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테러 협박은 4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소속사 사무실을 찾아가 칼로 멤버들을 살해하겠다거나, 쇼케이스 장소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등의 내용이다.
최근 들어 협박범의 ‘열일’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9일 손나은이 참석한 동국대학교 홍보대사 위촉 행사장에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의 폭발물 설치 신고 전화가 접수돼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바로 다음날인 20일엔 박초롱이 참석한 제19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개막식장에도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신고 전화가 경찰에 걸려왔고, 결국 개막식은 당초 열리려던 곳에서 장소를 변경해 진행됐다.
22일에는 2017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BOF)이 진행된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전화가 걸려와 경찰이 수색에 나섰다. 이 행사에도 에이핑크 참석이 예정된 상태였다. 하지만 예상대로, 수색 결과 별다른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았고 행사는 무탈하게 마무리됐다.
경찰 조사 결과 폭발물 신고자는 그동안 에이핑크를 지속적으로 협박해 온 인물과 동일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소속사 측은 "협박범의 신상은 모두 파악된 상태다. 다만 해외 거주 중이라 인터폴 협조를 구해놓은 상태"라며 "검거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소속사도, 멤버들도 계속된 협박에 어느 정도 초탈한 상태. 실제 이 협박범의 협박 횟수는 보도된 것보다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카메라 앞, 무대 위 밝은 미소 뒤엔 멤버들의 마음은 타들어갈 터다.
특히 에이핑크 자체 일정만이 아닌, 멤버들이 출연하는 곳마다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협박을 하고 있으니 에이핑크 외 해당 행사에 출연하는 불특정 다수도 테러 협박에 시달리게 되는 셈이다. 에이핑크는 본의 아니게 행사 주최 측 그리고 동료, 현장 관계자들에게 미안함을 지니게 됐다.
경찰에 따르면 30대로 추정되는 이 남성은 22일 신고 전화에서 “주경기장 무대 밑과 여러 군데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며 “설치하고 나니 후회가 돼 전화했다”고 밝혔다. 폭발물 설치 주장만큼이나 황당한 신고 이유다.
협박범은 지난 6월 최초 협박 당시 한 매체를 통해 “소속사의 대처 때문에 협박했으며 실제로 (멤버들을) 살해할 생각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에이핑크가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일반인과 소개팅을 하는 모습에 분노했기 때문이라고도 덧붙였다.
에이핑크의 행보를 이토록 전방위적으로 따라다니고 있으니 에이핑크에 대한 그의 애정을 짐작할 만 하다. 하지만 이미 어긋날대로 어긋난 사랑의 발로다. 엄연히 범죄다. 인터폴이 이미 그를 쫓고 있다.
어느 곳에도 폭발물은 없었다. 협박범 그 자신이 ‘폭탄’인 셈이다.
형법 제283조에 따르면 사람을 협박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상습적으로 협박했을 경우 그 죄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혹시 에이핑크가 자신에게 어떤 반응을 보여주기를 기다리는 기대심리의 작용이라면, 정말 기대하는 편이 좋겠다. 자신에게 어떤 형벌이 내려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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