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윤진(44)은 ‘국제시장’(2014)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시간위의 집’을 두고 “비빔밥 같은 영화”라고 평했다. 스릴러와 공포를 결합했지만 결국은 강렬한 모성애를 통해 가족 이야기를 하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을 법한 장르들이 조화롭게 섞인 종합선물세트라며 만족스러워했다.
3일 오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여전히 세련되고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그는 “처음 접하는 독특한 장르에 고민 없이 출연을 결정했다. 오랜만에 영화를 선보이는 이 순간은 언제나 즐겁고 설렌다”며 개봉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
극 중 ‘시간위의 집’에서 남편이 죽고 아들이 실종된 뒤 살해 혐의로 25년간 수감생활을 하는 미희 역을 맡은 그는 1992년의 ‘젊은 미희’와 2017년의 ‘늙은 미희’를 동시에 연기해야 하는, 사실상 1인2역이다.
김윤진은 “아무래도 캐릭터의 전후 상황이 극명하게 다른 데다 작품 전체를 끌어가는 입장이다 보니 부담감이 상당했다.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개인적인 의견을 자유롭게 냈고 캐릭터 표현에 공을 많이 들였다”고 회상했다.
“25년간 수감생활을 하면서 매순간 사라진 아들을 떠올리는, 고통의 시간을 보낸 노인 미희를 연기할 땐 유독 신경 쓸 게 많았고 힘든 감정 상태였어요. 매일을 피 말리는 감정으로 살아와 온갖 분노와 억울함 속에서 지낸 인물이기 때문에 보다 처절하고 연민이 느껴지면서도 고통이 여실하게 느껴지게 표현하고 싶었죠. 전혀 예뻐 보이려는 욕심은 없었어요. 가능한 한 더 처참한 모습으로 보이고 싶었죠.”
“또 모성애냐고요? 모성애는 전 세계적으로 공감을 이끌어 내는 좋은 무기라고 생각해요. 최근에는 ‘미씽’을 재미있게 봤는데 그런 작품이라면 모성애도, 엄마도 언제든 ‘웰컴’이죠. 그리고 사실 요즘 주연급 여배우들의 연령대가 굉장히 높아진 상태라 현실적으로 어떤 한계점도 있어요. 제가 데뷔할 때만 해도 30대가 넘으면 여배우가 원톱 주연을 할 수 있는 기회란 사실상 없었는데 이젠 아니잖아요. 우리 나이 대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역할이 사실 엄마에요. 특혜이자 한계인거죠.”
그는 “스스로 이 나이에도 원톱 주연을 맡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한 편으로는 우리 세대 여배우들이 유독 독한가 하는 생각도 든다”며 털털하게 웃었다.
이어 “국내작 필모를 보면 유독 엄마 연기를 많이 했지만 미국에서는 오히려 화려하고 섹시한 역할을 많이 맡았다”며 “그래서인지 엄마 역할이 개인적으로는 전혀 지루하거나 비슷하게 느껴지는 게 없다. 오히려 늘 새롭고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 뿐”이라고 했다.
“여배우 중심의 작품이 많지 않은 현실이 좀 답답하긴 하지만 앞으로 나아질 거라는 믿음도 있어요. 쉽게 해결된 고민은 아니지만 크고 작은 기회가 올 때마다 최선을 다하면 조금씩 바뀌지 않을까요? 지금의 20, 30대 여배우들이 제 나이쯤 됐을 때는 좀 더 폭넓은 선택권을 갖길 바라는 마음뿐이에요.”
끝으로 그는 새로운 도전에
“현실적인 여건만 된다면 물론 새로운 도전, 강렬한 변신도 물론 하고 싶어요. 무엇보다 오래도록 연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느덧 세월이 지나 누군가의 아내가, 또 딸이, 친구가 됐지만 여전히 저는 배우일 때, 연기를 할 때 가장 행복하거든요. 앞으로도 저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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