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큐어'는 무엇을 생각해도 충격을 받는 관객이 꽤 있을 것 같다.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답게 관객의 오감을 자극한다. 기분 나쁜 감정까지 제대로 요리한다.
젊은 나이에 초고속 승진 가도를 달리고 있는 야심 가득한 증권사 직원 록하트(데인 드한). 거대 합병 건을 앞두고 있는데 CEO는 스위스 알프스에 위치한 의료센터로 떠나 돌아올 생각을 않는다.
CEO는 의문의 편지만 남긴 채 사라져 이사들을 당황하게 하고, 록하트는 이사진의 요구로 CEO를 찾아 알프스 웰니스 센터에 온다. 록하트는 이곳에서 의문의 치료법을 발견하지만, 미심쩍은 게 한둘이 아니다.
치료받으러 왔다는데 "나간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묘령의 여인 한나(미아 고스)의 말부터 의심해야 한다. 수많은 궁금증이 관객의 감정을 휘몰아친다.
센터장 폴머 박사(제이슨 아이삭스)의 '미친놈 만들기' 작전부터 '잔인한 미친 계획'까지. 폴머 박사를 의심할수록 록하트는 혼돈에 빠져든다. 어느새 그는 병원에 갇힌 신세가 되고, 록하트에 몰입한 관객도 마찬가지로 기분 나쁜 분위기를 감지한다. 그 기분 나쁜 감정은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더 극대화되는데 호불호가 강할 것 같다.
영화가 담은 사회적 메시지가 특히 강렬하다. 높은 곳에 올라가고 더 많은 것을 얻으려는 야망과 순수함을 고수하려는 집착이 분명 잘못된 것이라는 걸 강조한다.
부족함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효과적일 수 없다. 아니,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그 욕심은 파멸을 이끈다.
자본의 광기에 휩싸인 록하트와 혈통의 광기에 빠진 폴머 박사의 만남부터 오싹한 기운을 불러오는 데 효과적이다. 특히 혈통의 광기를 드러내는 폴머 박사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기행은 잔인하고 충격적이다. 관찰당하는 듯한 시선으로 섬뜩함을 안기며 시작한 영화는 시종 가학적인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고어 버빈스키 감독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점점 더 비이성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 영화가 그걸 다루고 있으며, 병의 치료법이 사실은 병 자체보다 더 끔찍할 수 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평판을 중요시할 것 같은 유명인사들이 나간 사람이 없다는 이곳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부터 이해하기 힘들지만 최면에 걸리면 누구든 이상행동을 할 수 있으니 수긍할 만하다.
퇴폐적인 매력의 데인 드한이 펼쳐낸 고생 가득한 연기는 측은하게 느껴진다. 146분. 청소년 관람불가. 1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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