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사랑하고 ‘잘 노는’ 다섯 소년은 가요계 빅뱅이 되겠다는 당찬 출사표를 들고 2006년 8월. 혜성처럼 가요계에 등장했다. 당돌한 포부의 그들이 가요계 ‘빅뱅’이 되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빅뱅의 지난 필모그래피를 간략히 되짚어보면, 이들은 아이돌 싱어송라이팅 시대의 서막을 알렸으며, 아이돌의 실력을 감히 폄하할 수 없음을 몸소 보여줬다. 또 각 잡힌 칼 군무 아닌, 그저 분위기에 몸을 맡기고 즐기는 무대의 우월함을 확인하게 한 전무후무 ‘스타일리시’ 아이돌이다.
7, 8일 이틀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빅뱅 단독 콘서트 ‘BIGBANG10 THE CONCERT : 0.TO.10 FINAL IN SEOUL’은 이처럼 묵묵히 지난 10년을 다져온 다섯 소년이 진짜 ‘빅뱅’이 됐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번 콘서트는 빅뱅 데뷔 10주년 프로젝트의 대미이자 ‘MADE’ 시리즈의 완결. 멤버 탑의 군 입대 전 마지막 콘서트라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높은 관심을 모았고, 이틀간 6만 4천석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공연 전, 데뷔 10주년 기념 기자회견 당시 놀라울 정도의 겸손으로 무장했던 빅뱅을 떠올렸다. 지난 연말 'MADE FULL ALBUM‘ 발매 기념 인터뷰에서 내추럴한 모습으로 만났던 ’동네 청년‘ 같은 모습의 빅뱅의 모습도 스쳐 지나갔다.
‘천국’으로 시작된 공연은 ‘WE LIKE 2 PARTY’, ‘HANDS UP’까지 초반부터 엄청난 화력을 자랑했다. 오프닝부터 폭죽쇼로 공연장을 달군 빅뱅은 공연장 위로 솟구친 폭죽보다 더 뜨거운 열정으로 무대를 채웠다.
오는 2월 탑을 시작으로 멤버들이 줄줄이 군 입대를 앞둔 만큼 당분간 보기 힘든 빅뱅 5인의 완전체 콘서트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날인 만큼 멤버들의 감회도 특별했다. 특히 탑은 “‘MADE’ 앨범이 나오고 첫 콘서트인데, 빅뱅 완전체의 콘서트로는 당분간은 마지막 아닌가. 평생 기억에 남는 공연이 될 것 같다”고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곧바로 이어진 멤버들의 솔로 무대는 이번 공연을 풍성하게 꾸몄음은 물론, 완전체 빅뱅 아닌 개개인의 역량을 재차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승리는 ‘LET'S TAKL ABOUT LOVE’, ‘STRONG BABY’로 존재감을 입증했고 대성은 ‘날개’, ‘날 봐 귀순’으로 특유의 매력을 과시했다.
지드래곤은 ‘HEART BREAKER’와 ‘CRAYON’과 GD&TOP의 ‘HIGH HIGH’, GO&태양의 ‘GOOD BOY’로 뜨거운 무대를 이어갔고 탑은 ‘아무렇지 않은 척’과 ‘DOOM DADA’로 강렬한 무대를 꾸몄다. 태양은 ‘눈코입’, ‘나만 바라봐’, ‘RINGA LINGA’로 아이돌에 유독 벽이 높았던 한국대중음악상마저 사로잡았던 음악의 힘을 보였다.
특히 줄입대로 인한 공백에 대해서는 “어느 순간 다섯 명이 잠깐의 기간 동안 못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여러분도 같은 생각일 것이라 생각한다”며 “지난 10년이 빨리 지나간 것처럼 다시 무대를 볼 수 있는 날이 오기까지도 시간이 빨리 지나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드래곤은 “완전체 공백기간 동 한 명 한 명 솔로 활동을 것이기 때문에 그리 슬퍼할 일은 아니다”라며 2017년 파이팅을 다짐했다. 막내 승리는 “고무신 거꾸로 신기 않기로 약속하자”고 위트 있는 마무리를 남겼다.
마지막 폭주를 위한 선곡은 ‘BANG BANG BANG’, ‘FANTASTIC BABY’ 그리고 ‘맨정신’. 이들은 마지막 불꽃을 다 태울 듯한 무대로 3만 2천 관객과 동시에 호흡했으며 ‘마지막 인사’, ‘거짓말’ 등의 앙코르 무대를 통해 추억을 아로새겼다.
3시간의 짧지 않은 러닝타임이었지만 워낙 히트곡이 많았던 탓(?)에 더 많은 무대를 보지 못한 아쉬움마저 남긴 공연이었다. 탑, 지드래곤, 태양, 대성, 승리 다섯 명과 함께 하는 노란 크라운(왕관) 물결을 언제 다시 볼 수 있을 지 현재로서 기약할 순 없지만 짧은 만남이 남긴 긴 여운은 그 언제가가 될 '빅뱅 콘서트'를 기다리게 할 행복한 추억이 될 터다.
psyon@mk.co.kr/사진 YG엔터테인먼트[ⓒ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