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영화 ‘판도라’(감독 박정우)의 상자가 열렸다. 상자 속 이야기는 생각보다 더 현실적이었다. 현 시국과 맞물린 상황, 그리고 그 상황을 헤쳐 나가는 정부와 국민들의 모습은 자꾸만 답답한 현실과 겹쳐 보인다.
‘판도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에 이어 한반도를 위협하는 원전사고까지, 예고 없이 찾아온 대한민국 초유의 재난 속에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평범한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 영화로, 국내 최초로 원전 소재를 다룬 초대형 재난 블록버스터다. 특히 최근 발생한 지진을 비롯해 현실적인 문제와 맞물려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작품이다.
박정우 감독은 자료조사를 통해 현재에 원전사고가 나면 어떤 상황으로 흘러갈 것인가를 가정해가며 스토리를 만들어 갔고, ‘현실성’과 ‘사실성’을 중점으로 관객이 겪어보지 못한 상황을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베일을 벗은 ‘판도라’는 현실과 맞닿아 있는 점이 많았다. 원전사고가 터진 이후 밀려오는 상황은 그야말로 최악이다. 사고의 정황과 문제점을 빠르게 파악하고 중심을 잡고 결단력 있게 행동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민들보다 더 갈피를 잡지 못하는 정부와 방사능의 공포를 느끼며 혼란에 빠져가는 국민들, 그리고 2차 사고를 막기 위해 온몸을 던지는 발전소 직원들의 모습은 답답하고 분통스럽기까지 하다.
무능함을 제대로 보여주는 정부의 모습은 씁쓸함을 더한다. 원자력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자는 고위직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사고가 터지자 우왕좌왕하고, 실세 국무총리는 국가 재난 상황에서 국가 경제만 운운하며 만천하에 알려지지 않게 하기 위해 발악한다. 장관들은 대책 매뉴얼을 제시하라 하니 “대피계획은 없다”라고 무책임하게 말한다.
사고 처리를 빠르게 해결해나가기 보다는 은폐와 침묵을 일삼고, 이보다 더한 최악의 상황을 미리 두려워하는 이들의 모습은 자연스레 현 시국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재난영화의 공식을 충실히 따름에도 ‘판도라’가 다소 뻔하지 않게 다가오는 건 어느 날 갑자기 엄습할 수 있는 진짜 현실 같은 그림이 현실적인 공포감까지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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